[사설] 시간제근로 관련입법 勞使政 합의 필요하다

입력 2013-05-29 17:49

차별해소와 핵심적 업무 포함이 관건

정부와 여당이 최근 ‘시간제근로 촉진’ 입법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고, 고용노동부는 어제 시간제 전문직 공무원 채용을 내년부터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제근로 활성화는 우리나라의 악명 높은 장시간근로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의 하나로 어차피 추진할 만한 과제라고 본다.

문제는 시간제근로 활성화의 추진방법과 내용 및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과연 면밀히 검토했냐는 것이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외국 제도와 취지만을 보고 바람직하다며 너무 서두르는 모습이다. 야당과 노동계는 우리나라 시간제 근로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감안할 때 정부의 시간제근로 지원정책은 임금이 적고 고용보장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명박 정부도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공공부문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이 상용형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정책을 시행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정부와 여당은 정작 시간제 일자리의 당사자인 노와 사를 빼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공공부문의 채용은 정부 뜻대로 할 수 있지만, 정부가 이를 통해 민간부문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한 노사정 3자간 의견수렴은 필수적이다. 재계와 노동계는 모두 시간제근로를 늘리는 게 달갑지 않다. 재계는 인건비 급증과 업무의 전문성, 연속성 저해 등을 들어 소극적이고, 노동계는 기존 상용직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저하와 고용 불안정 우려때문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시간제근로의 시행여건을 먼저 마련하고 인식개선을 위한 가시적 조치들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상용직 근로자와의 차별 금지다. 박근혜 대통령도 “우리의 시간제도 차별 없는 선진국처럼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별 해소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2012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는 183만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0.3%였다. 이 중 비정규직(임시·일용직)이 92.3%였으며 상용직은 7.7%에 불과했다. 임금차별도 심하다. 지난해 8월 기준 시간제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 대비 46.6%에 불과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어제 “4대 사회보험이나 고용의 안정성에 있어서 시간제 근로자가 차별을 받지 않도록 개선하는 것이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해 나가는 핵심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시간당 임금차별도 어느 정도 해소돼야 한다. 법적 강제나 인건비 일부 지원만으로 임금 차별을 해소하거나 완화할 수 없다. 차별해소와 시간제근로의 필요성을 노사가 스스로 느껴야 한다. 그래서 노사정 합의가 더욱더 필요한 것이다.

내년부터 공공부문에서 시간제근로가 확대될 때 이런 전제조건을 충족하는 ‘버젓한’ 시간제 근로 사례가 대세를 이뤄야 비로소 시간제근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다. 관건은 차별 해소와 더불어 핵심적 업무까지도 과감하게 시간제 근로 대상으로 얼마나 내놓을 수 있느냐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