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J 수사가 재벌 도덕성 높이는 계기되길
입력 2013-05-29 17:46
검찰의 CJ그룹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 수사를 지켜보면 왜 우리나라 재벌들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회사 돈을 빼내 비자금을 만든 뒤 마치 제 돈인 것처럼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 오너의 배를 불렸다. 탐욕스런 천민자본주의적 행태가 국민적 공분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경제민주화의 당위성을 웅변한다.
주로 소비재를 생산하는 CJ그룹의 경우 기꺼이 호주머니를 열어 제품을 사 주는 국민들 없이는 존재 자체가 어렵다. 비록 주식 한 주 없는 국민들이지만 그 회사가 만든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CJ의 성장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CJ는 사회공헌은커녕 회사 돈을 빼내 사주의 자녀들에게 불법적으로 증여하는 등 실망만 안겨줬다.
기업의 비자금 조성은 그 자체로 분식회계가 돼 범죄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돈의 용처가 대개 불건전하거나 은밀한 곳에 사용되기 때문에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왜곡해 투자자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악질적 범죄인 동시에 경영자의 도덕성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CJ는 해외로 빼돌린 비자금을 외국인의 것처럼 가장해 주식시장에서 수백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배를 불릴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CJ그룹의 숨겨놓은 재산이 워낙 많아 검찰도 전체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임직원 명의나 해외 법인의 비밀 계좌 등을 통해 다양한 재테크 기법으로 덩치를 키워왔기 때문이다. 재테크 기법이 워낙 놀라워 이를 법정에 제출해도 범죄 입증이 가능할 것이란 말도 들린다. 무한 경쟁 시대에 경영에는 전념하지 않고 잇속만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CJ의 반사회적 범죄가 가장 주요한 타깃이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국세청과 검찰, 정치권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 있다. 2008년 차명재산을 파악했던 국세청이 1700억원의 세금을 납부 받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이유를 해명해야 한다. 검찰은 왜 당시 손을 놓고 있었던가. 역외 탈세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데 도대체 국회가 이를 막을 입법 노력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 아닌가.
검찰은 포착된 범죄 단서를 기초로 CJ 본사와 은행 계좌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기초자료 확보에 나섰다. 어제는‘비밀의 성’인 이재현 그룹 회장의 자택까지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수사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긴 하다. 비자금 수사가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 아울러 이번 수사를 계기로 더 이상 부도덕한 재벌을 다시 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