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유층의 비뚤어진 특권의식에 경종 울려야
입력 2013-05-29 17:42
원정 출산,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등 일부 부유층 인사들의 비뚤어진 특권의식은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이들이 재력을 이용해 편법을 저지르는 것은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해 사회를 점점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큰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주말 미국에서 첫 출산을 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그 과정을 보면 자식에게 미국 국적을 자동으로 취득하게 해줄 목적으로 원정 출산을 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부사장은 지난 3월 20일 대한항공 미주본부로 전근 발령을 받아 하와이에서 근무하다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그러나 만 39세의 임부가 만삭에 장거리를 이동해 타지에서 출산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출산휴가를 내고 간 것이 아니라 회사의 보직을 받아 업무차 하와이에 간 모양새를 띤 것도 회사 차원에서 원정 출산을 도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원정 출산은 국내 출산에 비해 30∼40배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재벌가에게는 문제될 리가 없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서울 강남 등지의 부유층 아이들 중 10%가 원정 출산을 통한 복수국적자라는 통계가 있고, 재벌가의 병역면제율이 33%로 일반인 6.5%의 다섯 배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대한항공 측은 조 부사장이 미국에서 근무하다 출산했으나 한국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국적자가 누릴 수 있는 특혜까지 모두 포기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실제 국내에서 복수국적자에게는 외국인학교 입학 등 이점이 여전히 적지 않다. 최근 일부 재벌이 국적을 외국 국적으로 바꾸거나 여권까지 위조해 자녀를 국내 외국인학교에 부정 입학시키다 검찰에 적발된 사례가 방증이다.
의무와 부담을 회피하고 권리와 혜택만 추구하는 일부 특권층의 잘못된 의식은 사회 분위기를 해치고 기회주의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사회공동체에 균열이 생기기 전에 기득권층의 한심한 국민의식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