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창환 (16) 한국교회 미래, 경건과 학문의 조화로움에 있다
입력 2013-05-29 17:25
1차 미국 유학을 마친 1950년대 중반, 서울 남산 장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무렵, 어렴풋이 나의 새로운 사명을 깨달았다. 요약을 하자면 ‘경건과 학문의 조화’를 이루는 일이라 하겠다. 당시 장로교단은 무조건 정통 보수 신앙만을 부르짖으며, 자신과 다른 것이면 죄다 정죄하고 이단으로 취급했다. 신학이라는 학문 연구가 발전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 같은 상황 속에서 학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교단, 장로교회, 나아가 한국 교회에 깊이 뿌리박힌 폐쇄적인 사고와 행동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싹튼 것이다. 그래서 늦더라도 꾸준하게 하나님의 진리를 학문적으로 가르치고 소개하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런 나의 생각이, 느림보처럼 천천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강의와 기고문, 저서 집필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행동으로 나타났을 때에는 주위로부터 여러 차례 제지와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발 더 나아갔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교단(예장통합)은 물론 한국의 많은 장로교회에 학문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발전이 아닌가. 이렇게 된 과정 속에는 미력하나마 나의 땀방울도 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나의 신앙과 신학적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 바탕은 우리 교단의 일반적 신앙인 정통 보수주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하고, 언제나 하나님의 음성 가운데 신행일치의 삶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경건’에 ‘학문’이 반드시 덧입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의 사고방식 변천사(史)는 이렇다. 우선 나의 오관(五觀)으로 감지되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다분히 그 경지를 넘나들고 있다.
이어 아이작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찾아낸 것처럼 표면적인 현상 속에서 원리를 찾으려는 노력의 단계도 거쳤다. 신학적으로는 정통주의 이론을 답습하면서 정통보수주의의 원칙을 견지해왔다. 그러면서 나와 다른 것들을 나의 기준으로 정죄하는 풍조와 행위에도 동참했다.
그러다가 유학 등을 통해 다른 사고의 세계를 접하면서 ‘우물’에서 벗어난 것 같다. ‘나의 것만이 아니고 남에게도 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같은 경험은 나의 과거를 뉘우치는 계기가 됐다.
이제 나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적인 입장, 즉 초극의 지혜와 능력을 갖기를 소망하고 있다. 자신만의 입장을 떠나 남의 것들과 내 것을 모두 객관적으로 놓고 볼 수 있는 지혜다. 내가 기독교 복음을 알고 성경을 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 현재 입장과 내 표준에 비춰서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하나님 보시기에 엉터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진리는 언제나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사람이 주장하는 진리는 상대적이라는 것. 따라서 하나님의 진리를 바로 아는 지혜가 주어지기를, 그리고 겸손하게 그 진리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오늘도 기도하고 있다.
‘형제자매들이여, 나는 나 자신이 이미 다 얻었다고 생각하지를 않습니다. 내가 하는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곧 뒤의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들을 향하여 매진하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서 높은 곳으로 불러주시는 그 상을 받으려고 목표를 향하여 좇아갑니다. 우리가 어디에 이르렀든지, 그것을 굳게 붙들어야 합니다.’(빌 3:13∼16·박창환 사역)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