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배우 유지태가 연출한 첫 장편 ‘마이 라띠마’

입력 2013-05-29 17:39


영화 ‘동감’(2000) ‘봄날은 간다’(2001) ‘올드 보이’(2003) 등을 통해 독특하면서도 내밀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유지태(37)가 첫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그가 극본·감독·제작까지 맡은 ‘마이 라띠마’는 연기력 못지않게 섬세하고 노련한 연출솜씨가 장면 곳곳에 드러난다. 영화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까지 던져 여운을 남긴다.

가족도 친구도 직업도 없이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은 남자 수영(배수빈·오른쪽)과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 남자와 국제 결혼한 태국 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왼쪽)가 주인공이다. 라띠마는 돈을 받고 팔려온 이주민이라는 편견과 가족의 폭력에 시달리다 우연히 만난 수영의 도움으로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불법체류자 신세로 오갈 데가 없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며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고된 생활 때문에 수영은 점점 지치게 되고, 팜므파탈 매력을 지닌 호스티스 영진(소유진)의 유혹에 빠져든다. 이 과정에서 펼쳐지는 배수빈과 소유진의 연기 변신이 파격적이다. 이 영화로 데뷔한 신인배우 박지수는 한국어를 잘 못하는 태국 이주민의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대학 시절 이 시나리오를 처음 개발했다는 유지태가 15년 넘게 애정을 갖고 꿈꿔온 작품이어서일까. 이주 여성, 백수, 노숙자, 호스티스 등 다양한 군상을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빼곡하게 담은 영화에서 감독의 욕심이 느껴진다. 외국인 이주 문제를 다뤄 공감을 얻어낸 영화는 제15회 프랑스 도빌 아시아영화제에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두 주인공이 느끼는 삶의 무게가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126분)도 부담스럽다. 지난 24일 시사회 후 가진 간담회에서 유지태는 “제작에만 신경을 썼지 실제 개봉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상업 영화의 방부제라는 생각으로 독립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 6월 6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