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더 애틋한 ‘호국의 현장’

입력 2013-05-29 17:15 수정 2013-05-29 22:18


올해로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로 한반도 평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한국관광공사는 ‘6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청정자연으로 거듭난 양구 해안분지와 두타연, 북한의 해안포 위협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인천 백령도, 그리고 청와대를 폭파하기 위해 31명의 무장공비가 철책선을 뚫고 침투했던 연천 1·21무장공비침투로 등 6곳을 선정했다.

◇해안분지와 두타연(강원도 양구)=동서 3.5㎞ 길이의 타원형 해안분지는 양구 최북단에 위치한 특이 지형으로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 외국 종군기자가 차별침식으로 생긴 분지에 운해가 떠 있는 풍경을 보고 칵테일의 일종인 펀치를 담는 그릇과 비슷하다고 펀치볼(Punch Bowl)로 명명했다. 북녘이 한눈에 들어오는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이 인근에 위치한다.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2004년 개방된 두타연은 내금강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바위 사이로 떨어지며 형성된 높이 10m의 폭포와 소(沼)를 일컫는다. 두타연 트레킹 코스는 분단 직전 내금강으로 가던 유일한 통로로 평일에는 하루 전, 주말에는 금요일 오후 1시 전까지 양구군 홈페이지(www.ygtour.kr)를 통해 출입 신청을 해야 방문할 수 있다(양구군 경제관광과 033-480-2251).

◇승전OP와 1·21무장공비침투로(경기도 연천)=연천의 승전OP(Observation Post)는 북한군의 움직임이 육안으로 보이는 최전방 관측소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한국군과 북한군 OP의 거리는 불과 750m. 남북을 가르는 철책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지만 노루는 철책선 안을 뛰어다니고 새들은 철책선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인근에 경순왕릉, 호로고루 등 역사 유적지가 위치한다.

1·21무장공비침투로는 1968년 1월 17일 밤 11시에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군 정찰국 소속 무장공비 31명이 남방한계선을 넘어 침투한 곳으로 미군 2사단 경계부대가 설치한 경계 철책과 철조망을 뚫고 침투하는 무장공비의 모형물이 전시돼 있다. 경계 철책에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희망 리본이 가득 달려 있어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연천군 관광팀 031-839-2061).

◇백령도(인천 옹진)=백령도는 우리 땅의 서쪽 끝이자 북쪽 끝으로 북한의 황해도 장연군과 10㎞ 정도 떨어진 군사요충지. 한국전쟁 때는 휴전을 앞두고 수시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로 북서쪽 해변에는 ‘신들의 조각품’으로 불리는 두무진이 절경을 자랑한다. 북한 장산곶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심청각, 천연비행장으로 불리는 사곶 사빈, 콩돌해변 등이 볼거리.

백령도는 기독교 성지로도 유명하다. 조선시대 기독교 박해로 중국에서 육로를 통한 기독교 포교가 불가능해지자 선교사들이 바닷길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백령도가 선교의 거점이 된 것이다. 1896년에 세워진 중화동교회는 우리나라의 두 번째 장로교회로 교회 입구 계단의 무궁화는 높이 6.3m에 수령 100년 안팎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무궁화로 알려져 있다(옹진군 관광문화과 032-899-2210).

◇덕유산 의병길(전북 무주)=덕유산 일대는 구한말 의병들이 활발히 활동했던 곳이다. 그중 안성면의 칠연의총은 의병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오는 곳. 덕유산에 숨어 끊임없이 일본군을 괴롭히던 신명선 휘하 의병들이 일본군의 기습으로 이곳에서 모두 전사했다. 칠연의총과 칠연폭포를 거쳐 동엽령까지 이어지는 덕유산 의병길은 안타깝게 순국한 의병들의 한과 설움을 곱씹는 길이다.

의병장 문태서의 순국비가 위치한 백련사 탐방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코스. 구천동계곡과 나란히 나제통문까지 이어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신라와 백제의 경계였던 나제통문에는 의병장 강무경의 동상이 위치하고 있다. 나제통문을 지나 만나는 반디랜드는 무주반딧불축제에 즈음해 찾아볼 만하다(무주군 문화체육관광과 063-320-2547).

◇항일운동가의 고향(충남 홍성)=견위수명(見危授命)은 ‘위험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사자성어로 홍성에서 태어난 백야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 선생은 견위수명을 몸소 실천한 항일운동가다. 이밖에도 고려 말의 최영 장군과 사육신 성삼문, 이응노 화백이 홍성 출신으로 홍주성역사관에는 선현들의 발자취와 홍주읍성의 옛 모습이 전시돼 있다.

김좌진 장군 생가지에는 안채, 사랑채, 광, 우물 등으로 이루어진 생가와 사당 및 백야기념관이 위치하고 있다. 백야기념관에는 장군의 흉상을 비롯해 일본군 3000여명을 사살한 청산리대첩의 모형도 등이 있다. 김좌진 장군 생가에서 6.5㎞ 떨어진 한용운 선생 생가지의 만해문학체험관에는 유물 60여점이 보관돼 있다(홍성군 문화관광과 041-630-1808).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경남 거제)=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한국전쟁 때 최대 17만3000명을 수용했던 거제포로수용소의 애환이 서린 공간. 인천 상륙작전으로 급속하게 늘어난 포로를 수용할 공간이 필요하자 1950년 11월에 거제시 신현읍·연초면·남부면 일대 1200만㎡에 포로수용소를 설치했다. 그러나 1953년 7월 27일에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포로 송환이 끝나자 폐쇄됐다.

북한군이 남침에 사용한 소련제 T-34탱크를 확대해 지은 탱크전시관을 지나면 거제포로수용소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디오라마관이 나온다. 유적공원 한쪽에 위치한 잔존 유적지에는 경비대장 집무실, 경비대 막사, PX, 무도회장 등 당시 사용하던 건물 일부가 그대로 남아 있다(거제관광안내소 055-639-4178).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