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거침없는 질주
입력 2013-05-29 17:15
중국이 주최하는 제1회 몽백합(夢白合)배 세계대회가 지난 21일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펼쳐졌다. 세계오픈기전으로 남자조, 여자조, 아마추어조로 나누어 진행된 예선전에는 무려 333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남자프로 60명, 여자프로 7명, 아마추어 8명 등 총 75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투지를 불태웠다. 24일까지 펼쳐진 예선전에서는 치열한 한·중전이 펼쳐졌다. 총 20판이 치러진 한·중전 전적은 9승 11패. 여자조에서는 이슬아 3단이 마지막까지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중국의 가오싱 초단에게 패해 전원 탈락했다.
남자조에서는 상위랭커들이 순조롭게 본선에 올랐지만 중간 허리층인 박승화 5단, 안국현 4단, 김세동 4단 등이 탈락했다. 하지만 1회전에서 이동훈 2단이 중국 랭킹 1위인 퉈자시 3단을 꺾었고, 신민준 초단은 중국 랭킹 9위 펑리야오 5단을 꺾으며 첫 세계대회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기보는 신민준 초단과 펑리야오 5단의 통합예선 결승전.
<장면도> 우상귀 정석 이후 흑은 좌하귀 1로 백의 응수를 물었다. 이때 백은 당연히 A로 받아야 하는 모양. 하지만 백은 2로 물러서서 응수를 했다. 뭔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이어 흑은 3으로 붙여왔다. 일반적으로 이런 모양에서 바로 붙여가는 것은 잘 두지 않는 수. 흑에게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까?
<참고도> 흑의 붙임수에는 당연히 1로 귀를 막고 싶다. 하지만 바둑은 항상 주변 배석과 전체를 봐야 한다. 백이 귀를 막아온다면 흑은 슬그머니 2로 우변의 응수를 묻는다. 백도 물러섬 없이 3으로 받아준다면 이제 손을 다시 좌상귀로 돌려 4, 6을 교환한 후 8로 끼어가며 패를 걸어갈 수 있다. 흑이 좌상귀에 교환해 둔 수들은 팻감을 만들어 둔 것으로 12의 단수라는 절대팻감을 백은 피해갈 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승부는 초반에 결정될 수 있다.
<실전도> 결국 백이 1로 물러설 수밖에 없을 때 흑은 2를 교환한 후 다시 한번 4, 6으로 백의 모양을 굴복시키고는 유유히 8로 좌상귀 모양을 갖춘다. 양쪽을 다 활용한 결과다. 신민준 초단은 중국 강자 펑리야오 5단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초반부터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세계대회 첫 본선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