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작가·연출가 있어 ‘미스 김’ 가능했다… 시청자 사로잡는 캐릭터 만난 건 행운”

입력 2013-05-29 07:02


화제 속에 막을 내린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 시청자와 평단은 “배우 김혜수라서 ‘미스 김’이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27일 서울 청담동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43)는 “낯설지만 매료당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난 건 행운”이라며 “미스 김은 작가와 연출가와 김혜수의 합작품”이라고 공을 돌렸다. 인터뷰 1시간 내내 보여준 자신만만한 말투와 호탕한 웃음. 자기 자신과 작품에 대한 정확한 분석. 더불어 작업한 이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 ‘미스 김’을 가능케 한 ‘배우 김혜수’의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출발은 불안했다=타 방송사 경쟁작은 쟁쟁했다. ‘직장의 신’ 원작은 일본 드라마. “또 일본 드라마냐”는 우려도 적잖았다. 무엇보다 4월 1일 첫 방송을 열흘 앞두고 터져 나온 김혜수의 논문 표절 의혹은 대형 악재였다. 그는 일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제작발표회 때 무대에 홀로 나와 “이유 불문하고 잘못됐다”며 깨끗이 사과했다. ‘김혜수답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중이 원하는 걸 맞추려고 전략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에요. 저 자신이 전략적인 사람도 못되고요. 개인적인 일이건 능력이 부족해서건 저 때문에 누가 되는 게 제일 싫어요. 불편하고 조심스러웠지만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게 맞는다 생각해 (당일 아침) 혼자 (사과문을) 썼어요.”

◇촬영 현장은 고됐다=미스 김은 자격증 120여개를 보유한, 못하는 게 없는 인물. 김혜수는 “탬버린 치는 신 하나 찍고 나면 일주일 몸이 아프고, 몸이 풀릴 법하면 다른 미션이 떨어졌다”며 “물리적으론 힘들었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 힘든 줄 모르고 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회식 자리에서 탬버린을 치던 신이다. 지나가는 신으로 생각했는데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미스 김이 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도를 갖추는 것은 물론 볼 때도 쇼처럼 현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탬버린 달인의 시범도 보고, 제가 준비한 동작을 넣어 6시간 동안 찍었는데 나중엔 힘들어서 토할 것 같고 어지럽더라고요.”

미스 김은 ‘빨간 내복’으로 포털 검색어도 점령했다. 홈쇼핑에서 ‘빨간 내복’을 입고 고탄력 내복의 성능을 자랑하는 장면. 민망할 법도 했지만 김혜수는 진지하게 임했고, 시청자들은 빵 터졌다. “제가 밥 두 끼 굶으면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고, 잘 먹으면 허리가 일자예요(하하하). 미리 대본을 봤으면 굶었을 텐데 방송 보니 허리가 일자예요(웃음).”

◇팀워크 덕에 성공했다=사실 드라마 성공 여부는 튀는 미스 김과 주변 인물 간의 화학작용에 달려 있었다.

“남자 파트너 오지호 이희준씨는 물론 정주리 역할을 한 여자 파트너 정유미씨 등과도 좋았어요. 무엇보다 대본에서 캐릭터별 완성도가 뛰어났고 캐릭터 간 조율도 좋았어요. 비정규직은 다루기 민감하고 어려운 소재인데, 이렇듯 사회를 반영할 수 있는 소재를 무겁지 않게 이끌어 내는 작품에 참여했다는 게 큰 의미가 있어요.”

◇톱스타의 길을 걸어온 비결은 뭘까=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이래 김혜수는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가 늘 톱은 아니었어요. 또래 다른 배우보다 오래 버텨서 그렇지. 톱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개인 김혜수가 잘 살면서 연기 잘하는 게 더 중요해요. 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훈련을 꽤 오랫동안 해서 장단점을 잘 알아요. 단점에 대해 강박이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단점을 잊어버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쇄되거나 나아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해요.”

그에겐 ‘당당한 여성의 대명사’ 같은 이미지가 있다. “제가 주로 해온 캐릭터가 그렇지, 제가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역할이 어떻든 능동적이고 이지적인 여성인지 아닌지는 중요하게 보죠.”

지난해 송강호 이정재와 함께 찍은 영화 ‘관상’의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다”고 한다. 그래도 미스 김을 떠나보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직장의 신 시즌2’를 찍자고 하면 어떻게 할까.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때 가서 대본 보고 판단하지 않을까요(웃음).”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