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출간… 기억력 천재 에란 카츠

입력 2013-05-28 20:06

확실히 기억력 천재였다. 신간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민음인) 출간에 맞춰 방한한 에란 카츠(48). 500자리 숫자를 한 번에 듣고 외워 기억력 부문 기네스북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범을 보여 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칠판에 임의로 쓴 24자리 숫자를 한 번 듣더니 그대로 기억했다. 거꾸로도 줄줄 외웠다.

이스라엘 메가마인드 메모리 트레이닝 최고경영자이기도 한 카츠는 ‘천재가 된 제롬’ ‘슈퍼 기억력의 비밀’ 등 전작에서 유대인의 우수한 두뇌 비결을 소개해 국내 독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신간에서는 망각의 기술이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에서 의외로 비친다.

“좋은 기억력은 큰 자산이지만 뛰어난 망각 기술은 건강한 삶을 위한 축복이지요.” 그는 트라우마 등 나쁜 기억을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용서’라면서 “영어 단어 ‘용서하다(forgive)’와 ‘잊다(forget)’가 비슷한데 이는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인 카츠는 “한국과 이스라엘은 헤어진 형제처럼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2007년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후츠바(chutzpha·용기)’라는 이스라엘 말이 떠올랐습니다. 삼성 같은 한국 기업이 미국 대기업에 도전하는 모습에서 용기를 보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연상됐거든요.”

신간에선 소설 형식을 빌려 뇌와 마음을 위한 실용적인 지침을 담았는데, 주인공이 박미선이라는 한국인이다. 세종대왕, 제망매가, 팔만대장경 등 한국사에서 찾은 다양한 사례도 나온다. 예컨대 세종의 한글 창제를 통한 한자 대체는 망각 기법이 만들어낸 혁신이라는 것이다.

기억력 천재라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묻자 “그거야말로 정신적 게으름과 싸우는 일”이라며 “저 역시 딸 전화번호를 단축키 1번으로 저장했다가 기억을 못해 낭패를 본 일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기술의 편리성과 뇌를 사용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책에는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좋은 기억을 채워넣는 법, 상대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법, 욕망을 통제하는 법 등이 담겼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