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물벼락 뺨치는 약물파문

입력 2013-05-28 19:18

LG 임찬규의 물벼락 뒤풀이 파문이 채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현대 주장 출신의 이숭용 XTM 해설위원이 약물을 복용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숭용 위원은 지난 27일 인터넷 야구 토크쇼 ‘사사구’에 출연해 “과거 한국시리즈에서 각성제를 복용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 위원은 ‘약물 검사 안 하던 시절에 잠 안 오는 초록색 약이 있었다던데?’라는 출연진의 질문에 “나도 먹어본 적 있다. 한국 시리즈 때. 사람이 흥분된다. 혀에다 넣고 마시는 건데 눈이 커진다.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진이 ‘공이 막 이만하게 보인다고 하더라. 집중력이 늘어나는 건가요?’라고 재차 질문하자 “눈이 커지고 심장이 불끈해진다”고 약물복용으로 달라지는 몸 상태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위원이 설명한 약물은 고농축 카페인 알약의 일종으로 일반 커피의 30∼50배 정도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2003년까지 금지약물이었으나 2004년부터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 목록에서 제외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07년부터 도핑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어 이 위원의 복용은 약물 검사가 이뤄지기 이전의 일이다.

일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이 위원은 28일 “당시 같은 팀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들이 그런 약을 복용했다는 것을 방송의 재미를 위해 내가 사용한 것처럼 과장해서 말했다. 100% 경솔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나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야구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 위원이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약물 복용에 대해 스스로 시인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삼성 출신의 마해영 XTM 해설위원은 자신의 회고록 ‘야구본색’에서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마 위원은 “복용이 엄격히 금지된 스테로이드를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선수들을 제법 목격했다”고 밝혔으나 책 판매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치부되며 유야무야 끝났었다. 이와 관련 야구팬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의혹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야구계의 약물 복용 문제를 제대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