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부자 베네수엘라 ‘생필품 대란’… 화장지 품귀로 주민들 고통

입력 2013-05-28 19:13 수정 2013-05-28 19:15

베네수엘라의 생필품 부족 현상이 점입가경이다.

가톨릭 국가인 베네수엘라의 성찬식에서 조만간 포도주와 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화장지조차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BBC는 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포도주 공급업체가 수입 원재료 부족으로 가톨릭교회 측에 성찬식에 사용되는 포도주의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성찬식용으로 공급되던 빵도 가격을 2배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면서 “조만간 공급 중단이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생필품 품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 시민은 AP통신에 “벌써 2주째 화장지를 찾아 헤매고 있다”면서 “칠십 평생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화장지 5000만개를 긴급 수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믿지 못하는 국민들은 화장지를 찾아 헤매고 있다.

화장지 외에도 설탕과 우유, 옥수수 가루 등이 대표적인 품귀 품목으로 알려져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2009년부터 발표하는 ‘품귀’ 지수는 지난달 21%까지 치솟았다. 100개의 상품 중 21개가 시장에서 구매가 어렵다는 얘기다.

경제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생필품 부족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정부의 가격 및 외환 통제 정책을 꼽는다. 저소득층 지원을 목적으로 생필품 가격을 억제해 왔지만 생산자의 동기 저하로 인한 생산 감소와 함께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정부가 직접 구매해 20∼30% 싸게 판매하는 국영 슈퍼마켓인 메르칼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3년부터 시작된 메르칼에서는 파스타 1㎏이 2볼리바(약 300원)에 판매되지만 정작 구할 수가 없다. 국민들은 오히려 10배가량 높은 가격으로 개인 슈퍼마켓에서 살 수밖에 없다. 외환 부족 사태는 생필품의 70%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로서는 치명적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정부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당선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식품 부족 사태는 야당과 부유층의 음모적인 선동의 결과”라면서 “21세 사회주의를 외쳤던 차베스의 유산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