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패션 협력’… 이스라엘서 옷 디자인, 팔레스타인 공장서 생산

입력 2013-05-28 19:15

이스라엘 센카(Shenkar) 공학·디자인대학의 평생교육·국제업무 담당 책임자 오디드 차이는 꿈같아 보이는 사업 하나를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 디자이너와 팔레스타인 제조업자의 협력으로 의류 상품을 제작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놀랍지 않겠어요?” 차이는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지난겨울엔 팔레스타인 섬유제조업자들이 패션디자인 교육을 받으러 센카대에 통학하기도 했다. 비영리단체인 페레스평화센터가 유럽연합(EU)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프로젝트 ‘사업파트너, 평화파트너’의 일환이었다. 당장 싸움을 멈추는 게 더 급해 보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지만, ‘패션 협력’을 꿈꾸고 실현하는 이들은 곳곳에 있다. 물량의 30%가량을 서안지구에서 제작한다는 이스라엘 디자이너 로넨 첸은 “15년 동안 팔레스타인의 바카 알 샤키아 지역에 있는 재봉 작업장에서 일했다”며 “품질이나 신뢰성, 인맥에 모두 만족한다”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 패션의 미래는 서안지구에 달렸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섬유제조업자들은 우수한 품질의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일은 이스라엘 디자이너들에게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상품을 소규모로 조금씩 생산하는 팔레스타인 제조업계의 특성은 이스라엘 시장에도 꼭 맞는다.

‘패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면 팔레스타인 지역의 경제자립과 함께 쇠퇴기에 접어든 이스라엘 패션산업도 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게 페레스평화센터 등의 기대다. 그러나 하레츠는 “가능성과 현실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며 갈 길이 아직 멀다고 적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