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한 중국인 오명벗자”… 中외교부, 해외관광객 유적지 훼손 자제 당부
입력 2013-05-28 19:13 수정 2013-05-28 22:24
“최근 수년 사이에 외국으로 나가는 중국 관광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이 여행을 통해 외국과 우호를 증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지 법규를 준수하기를 바란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이 27일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해외 여행객들에게 주의를 요청하기에 이른 것은 한 초등학생이 수년 전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유적에 낙서를 새겨 훼손한 사건이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국 여유국(관광국)은 28일 문화재와 유적에 낙서하지 말 것 등 여행객들이 지켜야 할 수칙을 발표했다. 이집트 문화재 담당부도 사건의 경위와 피해 정도를 파악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관광객 방문 시 고고학자를 동반하도록 명령했다.
당시 난징의 한 초등학생이었던 딩진하오(丁錦昊)는 부모와 함께 이집트 단체 여행을 하던 중 3500년 된 유적 룩소르 사원에 있는 한 부조에 “딩진하오, 이곳에 왔다 가다(丁錦昊到此一游)”라는 낙서를 새겼다.
문제는 한 네티즌이 이번 주 들어 뒤늦게 낙서가 담긴 사진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네티즌은 사진에 “중국인 관광객들의 부끄러운 행태”라는 글을 달았다. 그 뒤 엄청난 댓글이 올라왔고 뒤 이어 당사자에 대한 ‘신상털기’가 시작됐다.
얼마 안돼 추태를 보인 학생이 난징의 한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급기야 네티즌들은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도 공격을 가했다. 이에 딩진하오는 울기만 하면서 학교에도 가지 못할 형편이 되자 일부에서는 신상털기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중국에서는 신상털기를 듣기에도 무시무시한 ‘인육수색(人肉搜索)’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언론은 중국 내 유적지에 이름을 새긴 무분별한 행위도 연일 사진과 함께 고발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