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시리아 반군에 한해 무기 금수 조치를 해제키로 27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이로써 시리아 반군 지원에 적극적인 영국과 프랑스가 무기를 지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그러나 양국은 당장 무기를 지원하기보다 다음달 미국과 러시아가 개최하는 ‘시리아 평화 회담’에서 반군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지렛대로 이번 결정을 활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12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마친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시리아 반군에 당장 무기를 보낼 계획은 없다”면서도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유연성 있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U가 결정한 선언문에는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보내기 원하는 회원국은 군사기술장비에 관한 수출 규칙에 따라 사안별로 수출 허가서를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무기 금수 조치는 8월 1일 해제된다.
EU는 대신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해서는 1년간 제재를 연장하기로 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EU는 시리아 사태가 시작된 2011년 3월 이후 지금까지 무기 금수뿐 아니라 석유 및 금융 거래를 제재했다.
이번 결정은 다음달 미국과 러시아의 중재로 개최될 시리아 평화 회담에 아사드 정권이 참가하고, 우방인 러시아가 한발 물러서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EU가 반군 무기 금수를 해제한 이날 러시아가 평화 회담에 돌연 난색을 표하면서 시리아 사태 해결은 더욱 어렵게 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한 뒤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 회담을 조직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근까지도 평화 회담에 긍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도 러시아 RT통신에 “EU의 조치는 이중 잣대의 표본”이라며 “평화 회담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S-300 미사일을 시리아 정부에 공급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뒤 이는 “시리아 사태를 국제 분쟁으로 이끌려는 외부 세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자사 기자 2명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조바르에서 반군과 두 달간 생활했으며 정부군이 연속적으로 폭발성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사진기자 로렌트 반 더 스톡트는 “지난달 13일 반군들이 숨을 쉬지 못하고 구토하는 걸 봤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관리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르몽드 종군 기자들이 넘긴 화학무기 샘플을 분석하고 있으며 수일 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시리아에서 국지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유엔 전문가들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U “반군에 무기수출 허용” … 시리아 내전, 국제분쟁 번지나
입력 2013-05-28 19:12 수정 2013-05-29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