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워크아웃 ‘빨간불’

입력 2013-05-28 19:02

쌍용건설 워크아웃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채권단이 신규로 지원해야 할 거액의 자금에 비해 실익이 떨어지고 STX그룹에 대한 지원 규모도 만만치 않아 워크아웃에 부정적인 쪽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건설 채권단은 이번 주에 회의를 열고 1070억원의 출자전환과 4450억원의 신규 자금지원에 대한 입장을 정한다. 만약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아 출자전환이 부결될 경우 쌍용건설 워크아웃은 없던 일이 된다.

하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를 연 KDB산업·KB국민·신한은행에서도 회의적 의견이 쏟아졌다. 30일에 회의를 여는 하나은행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채권단이 등을 돌리는 것은 워크아웃을 통한 지원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채권단은 쌍용건설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매입과 출자전환 등에 3700억원을 투자했다. 신규 해외 지급보증 2400억원도 논의되는 중이다. 출자전환과 신규 자금지원 공급액을 더하면 총 1조1600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기존 채권 규모인 1조3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그룹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도 채권단의 발목을 잡는다. 은행들이 STX그룹에 지원한 돈은 올해에만 1조900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더 들어가야 할 돈을 합치면 3조원가량이 필요하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단 사이에서는 쌍용건설을 워크아웃하는 대신 법정관리를 거쳐 청산 절차를 밟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채권단이 쌍용건설 워크아웃에 동의할 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워크아웃이 무위로 돌아가면 1400여개 협력업체가 어려움을 겪게 되고, 대규모 해외 수주가 무산돼 더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쌍용건설이나 STX그룹 모두 연관된 산업이 다양하고 협력업체들이 너무 많아서 쉽게 청산 절차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채권단이 ‘대마불사’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