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채금리 ‘뇌관’… 아베노믹스, 외환위기 몰고오나
입력 2013-05-28 19:01
‘흔들리는 아베노믹스’에 정부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엔저가 완화되면 상대적으로 추락하던 우리 수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와 일본 경제는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라는 데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본 경제가 무너지면 그 충격파가 고스란히 우리 경제에 미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최근 환율 흐름이 ‘엔저·원고(엔화 가치는 낮아지고 원화 가치는 높아지는 현상)’에서 ‘엔저·원저(엔화 가치와 원화 가치가 함께 추락하는 현상)’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걱정을 키운다.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엔저와 원저가 동시에 진행되면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 ‘외환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8일 오후 5시 현재 일본의 만기 10년 국채금리는 0.9027%다. 지난달 초 0.315%까지 떨어졌던 금리는 지난 23일 장중 1%를 돌파하기도 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3배 가량 폭등한 것이다. 국채금리 상승은 채권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국채금리는 양적완화로 경기회복을 노리는 일본의 ‘아킬레스건’이다. 일본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38%에 이른다. 이 때문에 국채금리 상승은 천문학적 규모의 이자비용 발생, 국가 재정 악화로 직결된다.
정부는 ‘아베노믹스의 파탄’을 반길 수만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회복되겠지만 일본경제가 다시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본 내부에서도 외환위기 공포감을 갖고 있다”며 “엔·달러 환율이 110엔을 돌파하면 위기 경고등이 켜진다고 보더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잘돼야 우리 경제도 산다”며 “일본경제가 무너지면 우리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일본이 유럽 재정위기를 불러왔던 그리스처럼 새로운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는 최근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환율 흐름은 ‘엔저·원고’에서 ‘엔저·원저’로 바뀌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했던 외국인 자금이 일시에 이탈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 지난 23일 일본 닛케이지수가 7.3% 폭락하자 원·달러 환율은 1128.7원으로 전날보다 14.7원 급등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엔저·원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자본 유출이 잦아져 실물보다 금융부문에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2단계 토빈세(환율 변동 폭이 커질 때 단기 외환거래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제도)’ 도입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