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安 연대설’ 불끄는 孫, 적자논란 트라우마?

입력 2013-05-28 18:50 수정 2013-05-28 22:09


독일에 체류 중인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자신 간의 ‘연대설’이 확산되자 28일 급하게 불끄기에 나섰다. 연대설을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손 고문을 둘러싼 ‘적자(嫡子)’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듯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 대표 측은 ‘연대설’을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였다. 대선 경선에서 패배해 정치 일선에서 일시 떠나 있는 상황에서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안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 러브콜을 보내오는 게 굳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후문이다. 측근들도 연대설을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주 초 손 고문은 측근들에게 연락해 “연대설이 더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김영철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즘 소설(연대론) 때문에 미치겠다. 연대설은 가당치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손 고문은 ‘민주당이 아주 어려운 지금은 전 구성원이 힘을 합쳐 구조개혁을 확실히 할 때이지, 연대는 그 이후 문제다. 또 연대를 해도 야권대통합 차원이지 특정인과의 연대는 아니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소개했다. 손 고문은 27일(현지시간) 독일을 방문한 우원식 이춘석 최원식 의원 등 측근 의원들에도 “(안철수) 신당 얘기가 있지만, 정당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게 아니다. (안 의원은) 국회에서 검증받을 것도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손 고문이 연대설 진화에 적극 나선 것은 ‘적자 논란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패배할 때도 구(舊)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정통성 논란이 있었다. 연대설로 인해 민주당 지지층에서 손 고문에 대한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갈 조짐을 보이자 급히 진화에 나선 셈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라디오에 나와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손 고문이 또 탈당해서 안 의원 쪽으로 가고 하는 가벼운 처신을 하겠느냐”고 연대론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손 고문은 다음 달까지 독일에서 에너지, 환경, 통일 등에 대한 공부를 마치고 유럽 배낭여행을 한 뒤 8월 초 귀국한다. 김 대표는 “10월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지역구가 계속 줄고 있어 선거지원에 나서기보다 연말까지는 계속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