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한국行 희망 탈북 고아 9명 中으로 강제추방
입력 2013-05-28 18:42 수정 2013-05-28 22:01
라오스가 한국행을 희망하던 이른바 ‘꽃제비’ 출신 탈북 고아 9명을 중국으로 강제 추방했다. 특히 이번 추방에는 현지 북한 대사관이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은 조만간 북한으로 송환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0일쯤 중국에서 라오스 국경을 넘은 탈북 고아 9명은 현지 경찰에 붙잡힌 뒤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라오스 이민국에 억류됐다가 27일 중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이들은 항공기에 태워져 중국의 한 도시로 갔으며, 이 항공기에는 북한 대사관 관계자로 추정되는 남성 여러 명도 함께 탔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 추방된 탈북 고아들은 15∼22세의 남자 7명과 여자 2명이다. 대부분 북한 지역에서 부모 없이 떠돌아다니는 꽃제비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한국행을 돕던 한국인 A씨는 28일 “어제 저녁 라오스 당국이 아이들을 모두 중국으로 추방했다고 우리 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탈북 고아들의 현지 억류 사실을 파악한 뒤 라오스 정부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고, 라오스 정부도 처음에는 우리 측에 신병 인도 의사를 밝혔으나 갑자기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라오스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 강제추방 조치를 끌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탈북자들이 국내로 들어오는 주요 경유 루트 중 한 곳인 라오스에서 이들을 중국으로 추방한 것은 이례적이다. 라오스 정부는 우리 정부에 이들의 추방 사실도 사후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라오스는 2008년 민·형사사건 상호법률협조조약, 상호사회안전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방문하는 등 김정은 체제 들어 고위 인사 교류도 급증한 상태다.
정부는 탈북 고아 9명의 추방 사실을 파악한 뒤 27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으며 관련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정부는 TF를 중심으로 관련국에 이들을 북송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한결같이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북한의 불법 입국자 문제를 처리한다”며 기존의 모호한 탈북자 처리 방침만 재확인했다.
남혁상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