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통 “기업과 공단정상화 협의”-통일부 “남남갈등 부추기는 술책”
입력 2013-05-28 18:35 수정 2013-05-28 22:05
북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8일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는 개성공업지구 기업가들의 방문을 이미 승인했다”며 “그들이 들어오면 제품반출 문제를 포함해 공업지구 정상화와 관련한 어떤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담화는 “남조선 당국은 신변안전과 같은 공연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으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성원들을 함께 들여보내면 될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관리위 인원의 상당수가 남측의 관련 부처 공무원과 퇴직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북측이 우리 측 실무회담 제의에 대해 기존 거부 입장을 다소 완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달 초 이뤄진 ‘미수금’ 협상에서 우리 측은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이 협상 대표로 나섰다. 따라서 북한이 우리 측의 실무회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기업인과 관리위 관계자의 대북 접촉이 계속 이뤄진다면 실무회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정부는 조평통 담화가 개성공단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민간업체의 소위 ‘남남(南南)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통일부는 김형석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북한이 우리의 당국 간 대화 제의에는 답하지 않으면서 민간단체에 당국의 참여를 제안하는 등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북한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여론 분열 기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북한이 진정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우선 우리 측이 제의한 당국 간 대화에 조속히 나올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과 관련 기업, 단체들 사이에선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는 정부의 6·15 남북 공동행사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북측위에 ‘실무접촉을 하자’는 서신을 팩스로 보냈다. 남측위는 “정부가 중요한 대화 재개 기회를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남북이 경쟁관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형님이 감싸안는 것과 같은 통 큰 자세로 대화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 의도가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은 얄팍한 꼼수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조속히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에 응해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