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납품 업체 아닌 시험기관이 핵심 부품 성적 위조 ‘충격적’

입력 2013-05-28 18:11 수정 2013-05-28 22:10


원전에서 불량 부품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한빛(옛 영광)원전 5·6호기에서 품질 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이 고질적 병폐로 나타나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을 관리·운영하고 있는 기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위조성적서 케이블은 핵심 부품=28일 원자력안전위에 따르면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원자로 부품인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 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엄청난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중요한 장치다. 이 부품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방사성 물질 차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아닌 검증하는 시험기관의 직원에 의해 위조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고도의 공신력을 가져야 하는 시험·검증 담당 기관이 이런 일을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전에 적발된 불량부품은 대부분 납품업체가 위조·변조·날조를 저질렀다.

해당 직원이 왜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검찰 수사에서 구체적인 위조 동기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는 지난달 ‘원자력안전신문고’에 이에 관한 내용을 제보받고 시험성적서 위조를 확인했다.

◇원전 부품 고질적 비리=원전 부품을 둘러싼 비리는 이제 고질적이 됐다. 지난해에는 한빛 원전에 납품된 부품 가운데 12개 품목 694개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드러났다. 고리 2호기와 영광 1·2·3·4호기에 납품된 180개 품목, 1555개 부품의 시험성적서도 위조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최근 10년간 위조된 품질검증서나 시험성적서를 이용해 한수원에 납품된 원전 부품은 561개 품목, 1만3794개나 된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전 부품관리에 허점이 있다고 보고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모든 부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부터 시작된 국제전문기관의 ‘국내 전 원전 특별점검’에 이번 위조사건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기관 간 칸막이 있나=원전 관련 기관 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도 원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날도 이은철 원안위원장은 “정지시킨 원자로 재가동에 6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 반면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신규기기 제작과 기기교체, 성능시험까지 4개월에 할 수 있다”고 밝혀 대조를 보였다. 한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한 원전이 부품 성적서 조작이 발견된 신고리 3·4호기와 같은 모델이어서 원전 수출에 악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