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원세훈 사법처리 수위 고심
입력 2013-05-28 18:01 수정 2013-05-28 22:14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굳히고 수위와 적용 혐의 내용을 고심 중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전날 오전 원 전 원장을 비공개 소환한 뒤 10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첫 조사 후 한 달 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났고 댓글 분석들을 통한 여러 새로운 증거들이 나와서 원 전 원장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 실무진 조사와 인터넷 사이트 15곳에서 확보한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분석을 통해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문재인’ ‘박근혜’ 등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공직선거법이나 국정원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한 흔적도 찾아냈다.
검찰은 이 같은 활동이 원 전 원장 등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이뤄졌고 윗선에 보고된 구체적인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증거자료를 토대로 원 전 원장에게 정치개입 위반 외에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2일 민모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24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도 재소환했다. 검찰이 국정원 수뇌부 3인방을 모두 재조사하면서 국정원 댓글 사건이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많이 진행됐고 결론을 내야 하는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며 “공소시효를) 채우기 전에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분석팀이 지난해 12월 국정원 여직원 김모(28)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상부의 부당한 간섭으로 분석 결과를 고의로 축소·누락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직접 전화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김 전 청장에 대해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울경찰청 압수수색 당시 박모 경감의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해서도 조만간 관련자들의 조사 내용 등을 검토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