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민태원] 반발하면 슬쩍 완화… ‘휘둘리는 복지부’
입력 2013-05-28 18:01 수정 2013-05-28 22:13
지난해 9월 추가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은 고소득 직장가입자의 불만이 잇따르자 정부가 보험료 부과 기준을 일부 완화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건강보험공단은 매달 급여 기준 건강보험료 외에 임대료와 사업소득, 이자 등 종합소득에 물리는 소득 월액 보험료를 추가로 내는 ‘고소득 직장가입자’는 이달 현재 약 3만2000명이라고 28일 밝혔다.
종합소득 보험료 부과는 실제 소득이 높으면서도 사업장에 위장 취업해 보험료 부담을 회피하는 ‘얌체족’에 적절한 부담을 지우는 등 보험료 형평성을 높이고자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됐다. 추가보험료 부과 대상은 연간 종합소득이 7200만원이 넘는 고소득 직장인이다.
지난해 8월말 복지부는 종합소득 보험료를 내야 하는 직장가입자는 3만5000명이고 1인당 추가 보험료는 평균 52만원씩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올 들어 직장가입자 전체 평균소득이 올랐는데도 종합소득 보험료 부과인원은 당초 복지부 발표 인원보다 오히려 3000명가량 줄었다. 이는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이중 부담’에 항의하는 직장 가입자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종합소득 보험료 부과 지침을 슬쩍 변경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 대표자를 중심으로 ‘월급과 사업소득 모두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항의가 쇄도했다.
민원이 이어지자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보수와 사업소득이 같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경우 보험료를 매기는 종합소득에서 사업소득은 제외하기로 부과 지침을 바꿨다. 건보공단은 해당 직장가입자에 대해 보험료 부과를 취소하고 기존에 낸 종합소득 보험료도 소급해서 돌려줬다. 일부 고소득 직장인 반발에 부딪히자 슬그머니 발을 뺀 것이다.
보건당국의 이 같은 줏대 없는 행정은 지난해 8월 시행된 ‘응급실 당직전문의제’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응급의료센터의 모든 진료과목에 당직 전문의를 두도록 했지만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결국 7개월 만에 대폭 축소돼 시행되고 있다. 보건복지 행정에는 많은 이해관계와 반발이 따르기 때문에 추진에 상당한 애로가 따른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를 하나둘 들어주다 보면 당초 제도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민태원 정책기획부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