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CJ그룹 해외BW 발행-배당금 수익 정밀 추적
입력 2013-05-28 18:00 수정 2013-05-28 22:14
외국인들이 CJ그룹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로 수백억원대 수익을 올리는 과정에 이재현 회장의 해외 차명계좌가 연관됐는지 검찰이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이 회장 일가 비자금의 원천으로 추정되는 상속 재산에 대한 추적도 함께 시작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BW 행사 과정 의심=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이 회장 일가가 외국인 투자자를 가장한 BW·전환사채(CB)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계열사 지분 확대에도 활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해외 비자금 관리 통로로 의심되는 계좌를 특정한 뒤 홍콩과 싱가포르 금융당국에 증권 계좌 5∼6개의 명의자와 거래 내역 자료 등을 보내 달라고 공조를 요청했다. 검찰은 CJ㈜가 홍콩에 세운 사료 지주회사 CJ글로벌홀딩스를 중심으로 해외 비자금 조성·관리가 이뤄졌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CJ㈜와 CJ제일제당의 외국인 주주들이 최근 10년간 해외 BW 행사, 배당금 지급 등을 통해 수천억원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들은 2004년 4월 CJ㈜가 1999년 발행한 572억원 규모의 해외 BW를 행사해 CJ㈜ 주식을 얻었다. 1주당 행사가격은 3만8448원으로 당시 CJ㈜ 주가(7만원)의 45% 수준이어서 외국인들은 1주당 3만원 이상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외국인들은 신주인수권 156만8872주를 행사해 488억원가량의 이익을 남겼다.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외국 법인은 홍콩·싱가포르 등에 지사를 둔 COUTTS BANK, 홍콩 씨티 은행, CLSA CAPITAL 3곳으로 모두 4월 2일 일시에 주식을 얻었다.
외국인들은 2004년 4월 30일부터 2005년 12월까지 37차례에 걸쳐 행사가격 3만원의 무보증 BW 60만주가량도 행사했다. 6만∼7만원대였던 당시 주가를 감안하면 외국인들은 이 기간 180억∼240억원대 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CJ㈜와 CJ제일제당이 2004년부터 10년간 외국인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도 1100억원대에 달한다. 검찰은 이 회장이 해외 차명 계좌를 통한 자사주 보유로 막대한 배당금 수익도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숨겨 놓은 선대 재산도 추적=검찰은 국세청이 2008∼2009년 CJ그룹 세무 조사 때 파악한 이 회장 일가의 차명 재산 외에 숨겨진 국내외 비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CJ그룹은 세금 1700억원을 납부했다. CJ그룹 측은 “2008년 당시 납부한 세금은 명의신탁 의제 증여세 860억원, 차명 주식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700억원 등이었다”며 “차명재산이 4000억원대로 알려졌지만 자체 파악 결과 가장 많았을 때가 3000억원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체 비자금 규모와 탈세액을 파악하기 위해 그 뿌리인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 재산 내역을 역추적한다는 전략이다. 상속 재산을 임직원 명의나 해외 법인의 비밀 계좌 등을 통해 주식 매매, 유상 증자 참여, 배당 수익금, 펀드 환급금 등 각종 방법으로 불려왔을 수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54개 증권사로부터 이 회장의 차명계좌 금융거래내역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이 회장 부친인 이맹희씨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벌인 재산 분할 소송 판결문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삼성화재(옛 안국화재) 주식 9만주를 증여받아 1994∼98년 순차적으로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의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그 원천의 성격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지호일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