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행복경영’ 머리맞댄 가정CEO들

입력 2013-05-28 17:44


31일은 아줌마의 날이다. 뭐라고요? 아줌마의 날도 있어요? 있다. 새천년을 맞았던 지난 2000년 아줌마닷컴(www.azoomma.com) 회원들의 발의와 투표로 ‘가정의 달’인 5월을 갈무리하는 이날을 ‘아줌마, 자신을 위한 날’로 정했다. 14회째인 올해는 가정 비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줌마닷컴 이정아 본부장은 “이번 행사는 가족을 위해 뒤에서 지원하고 헌신하는 수동적 역할의 아줌마에서 벗어나 행복한 가정을 경영하는 가정 CEO 임을 알리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소개했다. 이 본부장은 “4월30일부터 4∼5명의 가정 CEO인 아줌마들이 모여 가정비전을 논의하는 ‘자신만만 키친 포럼’이 전국적으로 1000여개가 진행되는 등 10만여명의 아줌마들이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정CEO로서 아줌마들이 주방에서 마련하는 포럼에선 어떤 얘기들이 펼쳐질까? 서울 일원동에서 지난 24일 아줌마 4명이 참가한 ‘자신만만 키친 포럼’을 살짝 들여다봤다.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 교우들로 매주 금요일 오전 다락방예배를 드리고 있는 이들은 ‘가정의 비전’을 세우기 위해 이날 오후 다시 뭉쳤단다.

진현정(33·서울 일원동)씨는 먼저 “‘아줌마’라고 하면 무시하는 것 같다”고 호칭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신아령(35·서울 삼전동)씨도 “억척스런 이미지여서 별로”라고 동의했다. 백일을 앞둔 둘째 아들을 안고 참석한 이화용(34·서울 일원동)씨는 “실제로 아주머니를 낮춰 부르는 말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달갑지 않은 ‘아줌마’를 대신할 호칭을 찾아봤지만 만만치 않았다.

한문영(38·서울 대치동)씨는 “그래도 기혼여성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말로 ‘아줌마’만한 게 없는 것 같다”면서 우리 스스로 아줌마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해나가자고 제안했다. 모두들 동의, 호칭에 대한 문제는 통과.

아줌마가 가정 CEO라는 데는 이의가 없었다. 한씨는 “아버지의 뜻에 따르던 어머니 시대와 우리는 다르다”면서 주부가 가정 운영의 주체임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진씨는 “육아 등은 혼자 결정해 남편이 소외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가족이 새롭게 이루고 싶거나 이뤄야 할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끌어가는 것도 주부의 몫”이라고 했다. 가정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경영하니 CEO가 확실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순간 이씨가 손을 살짝 들었다. “생활비를 타서 쓰기 때문에 월급 사장인 셈”이라고 하자 모두들 웃으면서도 “정말?“진짜 별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정의 CEO로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을 묻는 질문에 이르자 목소리들이 커졌다. 결혼 9년차인 진씨는 대화를 꼽았다. “결혼하고 5∼6년 됐을 때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가정상담을 예약했었다”면서 “전문가를 만나기 전에 우리끼리 얘기를 해보자며 대화를 했더니 모든 게 이해되더라”고 했다. 신씨는 공감을 들었다. 결혼 6년차로 세살·여섯살짜리 사내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신씨는 “힘들 때 남편이 걱정해주고 공감만 해줘도 힘이 된다”고 했다.

이씨는 시간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결혼한 지 6년이 된 그는 “남편은 토요일에는 오전 근무한 다음 취미생활을 즐기고, 일요일은 가족 모두 교회를 가게 되니 함께 하는 시간이 별로 없다”면서 그러다보니 대화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결혼 13년차로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아들 둘을 키우는 한씨는 “큰 아이가 사춘기여서 그런지 배려가 가장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했다.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한 이들은 ‘소통’을 공통분모로 의견을 모았다. 서로 배려하면서 시간을 내서 대화하고 공감하다보면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진씨는 “가족간의 공통된 목표, 삶의 비전을 같이 세웠으면 좋겠다”고 하자 모두 찬성했다. 이들은 “집에 돌아가면 작은 것이라도 정해 실천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가정 CEO인 4명의 아줌마들은 각자의 가정에 필요한 목표와 비전을 찾아내느라 벌써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들이 이날 나눈 의견은 한씨가 서올 명동 세종호텔에서 31일 열리는 ‘아줌마의 날 기념식 및 공동비전선포행사’에 대표로 참가해 전달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400명의 아줌마들이 참가해 가정비전 선포식을 하고 행복한 가정만들기 자신감 선언문을 제창할 계획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