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학생 되면 꿈 잃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입력 2013-05-28 17:41
자유학기제 내실 있게 운영해 재능 찾도록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청소년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꼴찌다. 그나마 초등학교 때는 다양한 미래를 꿈꾸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갈수록 장래희망이 없다는 비율이 30%를 넘는다. 아이들에게서 꿈을 빼앗고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자살로 내모는 교육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교육정책인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교육부가 어제 밝힌 시범운영계획에 따르면 연구학교를 지정해 중학교 1학년 2학기나 2학년 1학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해본 뒤 결과를 분석해 2016년 3월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시기는 진로를 결정하기에는 이르고, 중학교 3학년부터는 고교 진학으로 연결되는 만큼 1학년이나 2학년의 한 학기 동안 진로 탐색 시기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유학기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한 학기 동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시험을 없앤 것은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한 학기를 어떻게 내실 있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어, 영어, 수학은 암기식 수업을 최소화하고 토론, 의사소통, 문제해결 등 학생 주도의 수업을 활성화한다고 하지만 또 다른 변종의 사교육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유아 영어교육부터 대학 논술시험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사교육이 범람하는 게 우리나라 교육현실이다. 한 학기 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나머지 학기에 보충하려면 사교육이 오히려 심화되고 사교육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새겨들어야 한다.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학력저하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한 사람의 미래 설계를 위해 6개월 한 학기를 투자한다고 보면 기우(杞憂)다.
자유학기 동안 2번 이상의 전일제 진로체험이나 자기주도 진로체험 등을 위해선 체계적인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교육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도농간 격차나 소득수준에 따라 체험활동이 차이를 빚을 것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시골학교의 경우 미술관이나 박물관, 과학관 등을 접하기 어려운 데다 기업이나 방송국 등도 대도시에 몰려 있어 체험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가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소위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 아니라도 자녀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고 이를 응원해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사교육비가 20조원에 달하는 우리 현 실정에서 자유학기제는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주춧돌이 돼야 한다. 자유학기제를 시작으로 박 대통령의 양대 교육공약인 선행학습 금지법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밤늦게까지 학원으로 내몰리면서 우리 아이들이 황폐해져 가는 현실을 계속 놔둘 수는 없다. 창의성을 잃은 획일적 인간들만 양산하는 나라는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