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노믹스 어찌되든 경계 늦추지 말아야

입력 2013-05-28 17:38

대대적인 양적완화로 엔저 공세를 펴면서 호기롭게 출발했던 아베노믹스(아베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가 요 며칠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래 상승세를 보이던 일본의 주식시세가 지난 23일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지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를 두고 엔저 추세가 종결될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더라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말아야 하겠다.

사실 아베노믹스는 아직 완료된 것이 아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재정지출 확대, 무제한 양적완화, 그리고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성장정책 등 세 가지인데 현재 진행 중인 엔저는 재정확대와 양적완화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일본 정부는 세 번째 핵심인 성장정책을 다음달에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어 현 단계에서 아베노믹스의 실효를 가늠하기엔 적절치 않다.

문제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정책이 채 나오기도 전에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정책에 의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국채를 찍어내듯 발행하고 이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나오는 족족 매입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그간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슬그머니 시장에 내놓기 시작하면서 국채값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다.

10년 만기 장기국채금리는 올 4월 초 0.44%를 기록한 뒤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왔고 지난 23일엔 한 때 장중 1.0%까지 솟구쳤다. 금리 상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240%로 선진국들 중 최악 수준인 일본 정부로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올 정부 예산 92조엔 중 약 절반을 적자국채로 메꾸고 있어 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부담 상승→국채 추가발행→재정적자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에서는 발행 국채의 90% 이상을 국내의 기관·개인이 소화하고 있어 남유럽의 재정위기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외국자본들이 일본 국채에 대해 혹 ‘팔자’로 돌아선다면 기존의 메커니즘은 바로 요동칠 것이고 급기야 이런 흐름이 엔화로까지 미치면 엔저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공세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엔저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의 ‘엔저·원고’ 국면 속에서 기업들은 연일 앓는 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난 ‘엔고·원저’의 호시절을 구가했음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뿐 아니라 만에 하나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주저앉는다면 세계경제의 회복은 더욱 더디 갈 수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그 와중에 안전자산 선호 붐까지 겹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외환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있음을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