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우리들의 추한 자화상

입력 2013-05-28 17:26


벌써 우리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길에 동행한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믿기 어려웠습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방미 성과를 흠집 내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은 아닌가 생각도 되었습니다. 차라리 그편이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딸 같은 나이의 대학생 인턴을 대상으로 저지른 그의 행위는 국가적인 수치일 뿐 아니라 국민 모두를 불쾌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그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이라면 상식도, 염치도, 자기조절 능력도 갖추었을 법한데 참 기가 막힌 일입니다. 원래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도 자리를 가릴 줄 안다면 이런 일을 만들지는 않았을 텐데요.

이런 일을 대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건강하지 못한 성문화가 매우 넓게 번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이 어찌 갑작스러운 것이겠습니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윤리 의식과 가치관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남성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진 일그러진 자화상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고위 공직자가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겠다면서 여성을 비하하는 음담패설을 농처럼 했다는 보도도 국민일보를 통해 읽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병들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그런데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더 가슴이 답답했던 것은 이런 일이 교회 안에서, 더 나아가 소위 성직자라는 사람들에게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변인의 성추행과 함께 이어진 미국에서의 보도는 40대 청소년 사역 한인 목사가 14세 소녀와 성매매를 하려다 체포됐다는 사건이었습니다. 체포 당시의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미국 교포사회를 더 큰 충격에 빠뜨렸다고 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겪을 만큼 겪었는데 목사라고 얼굴 들고 다니기도 창피한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어린이나 청소년들 속에도 성윤리의 붕괴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형편에 와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소돔성이 따로 있을까 싶습니다.

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이토록 추해지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경제와 첨단 과학 문명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매우 빨라 기적이라고도 불립니다. 이런 발전을 통해 편리하고 안락한 세상은 만들어졌는데 이에 따른 건강한 의식이나 건전한 여가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문명의 얼굴은 가졌는데 가슴은 미개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이런 죄악들은 인간에 대한 잘못된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사람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일 뿐입니다. 모든 것이 사람만을 위해 존재합니다. 유흥이나 이익의 대상이 아닙니다. 사랑해야 할 대상임을 다시 일깨워야 합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