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상임] 청결한 택시
입력 2013-05-28 17:41
요즘 지방출장이 잦다. KTX 안에서 책도 읽고 창밖 풍경도 보면서 사색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하지만 도착해 역 앞에 늘어선 택시를 보는 순간 행복감은 사라진다. 지저분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택시를 만날까 두려워서이다.
택시 문을 열면서 먼저 시트커버가 깔려 있는지부터 살핀다. 고객을 배려한다고 장착했을 시트커버는 보기에도 지저분하고, 곰팡이와 진드기 때문인지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역한 냄새를 풍긴다. 살인 진드기에 물려 사망한 환자가 있다는 뉴스를 듣고 나니 더욱 공포가 밀려온다. 청결하지 않은 시트커버가 장착된 택시를 타면 창문을 연 뒤 숨을 최대한 참고, 착석 범위를 최소화하는 매우 불편한 자세로 20여분을 이동한다. 냄새가 너무 심해서 핑계를 대고 중간에 내린 경우도 있다.
정말 참을 수 없어 택시기사 분에게 조심스레 제안도 해보았다. “택시에 시트커버가 없으면 실내가 쾌적할 것 같아요. 얼룩자국도 많고 냄새가 나서 불편하네요”라고. 그러면 퉁명스럽게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뭔 소리냐며 오히려 핀잔 주기 일쑤다. 종일 택시 안에 있어서인지 정작 그분들은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하는 듯했다.
5년 전 외식브랜드 사업부장 시절, 고객에게 주는 첫 인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매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코를 자극하는 냄새, 청결하지 않은 마포걸레로 바닥을 닦을 때 나는 퀴퀴한 냄새, 화장실 안 불쾌한 냄새, 과도한 방향제 분사로 인한 역한 냄새를 민감하게 잡아내서 지도하곤 했다. 당시 매장 직원들은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너무 민감하게 군다는 눈치를 보이면서 나에게 ‘라벤더 사업부장’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쾌적하고 상쾌한 분위기가 고객 만족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직원들은 은은하면서도 상쾌함이 있는 매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이용하는 택시는 우리나라의 첫 인상이나 다름없다. 보다 섬세한 고객 지향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집안에서처럼 곰팡이와 진드기를 관리할 순 없겠지만 택시 안에 없어도 되는 시트커버를 제거하는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악취로 불편을 겪는 고객에 대한 작은 배려를 기대해본다. 쾌적한 택시면 더할 나위 없지만, 이동하는 동안 편안하게 앉아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택시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오늘 출장길, 깔끔한 택시 만나기를 바라면서 집을 나선다.
김상임 (기업전문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