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집 전수조사로 非理 도려내라

입력 2013-05-28 17:37

서울 송파경찰서가 27일 발표한 송파·강남·서초구 등 강남권 어린이집들의 비리 행태는 말문을 막히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아동학대와 저질 음식 제공은 기본이고 리베이트, 보육교사와 영·유아 허위 등재, 은행 입출금 전표 위조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어린이를 양육·교육하는 곳이 아니라 조폭이나 다름없는 범죄 집단을 연상케 한다.

송파경찰서는 비리를 일삼은 어린이집 700여곳을 적발하고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원장 55명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가짜 보육교사 자격증을 매매한 31명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남에 어린이집 5곳을 운영하는 이모 원장은 현직 구의원으로 어린이집연합회장을 6년간 맡기도 했다. 경찰은 어린이집 원장 등이 횡령한 국가보조금이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적발된 원장과 보육교사 등은 남의 모범이 될 만한 사표(師表)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는 영아에게 이불을 덮어씌우고, 운동에 좋다는 핑계를 대면서 수업 중인 원생들에게 강제로 식자재를 나르게 했다. 부당한 대우와 학대, 착취를 당한 어린이들이 남을 배려하고 사회에 도움을 주는 건전한 청소년으로 성장할지 의문이다.

농수산물시장에서 주운 배추 시래기로 된장국을 끓이는가 하면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싸구려 급식을 주고 차액을 챙기기도 했다. 자기 자녀에게도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이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 수 없다고 항의하는 조리사를 해고한 사례도 있었다. 원장들은 바른 소리를 하는 직원을 해고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동종 업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치졸함도 보였다.

송파경찰서의 수사결과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수사·보건당국은 어린이집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육담당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주는 법안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반대로 철회했지만 차제에 밀어붙여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도 서둘러 확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