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鄭 총리, 회의서 입다문 이유는

입력 2013-05-28 18:16


총리실이 국가정책조정회의 등 총리가 주재하는 공식 회의를 토론 방식으로 바꾸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총리실 간부들도 각자 회의 방식에 대한 ‘열공’에 돌입했다.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회의가 아니라 참석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를 만들기 위해서다. 발단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회의 때 발언을 자제하겠다는 ‘돌발선언’이었다.

지난 27일 정 총리는 간부회의를 시작하면서 “나는 지금부터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운을 뗐다. 순간 간부들은 당혹스런 눈초리로 서로를 둘러봤다. ‘무슨 일이 총리 심기를 건드렸나’하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곧 의문은 풀렸다. 정 총리가 “모두가 총리가 됐다는 자세로 자유롭게 얘기를 해보자”며 회의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총리가 모든 국정현안을 지시하고 간부들은 받아 적기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수가 찬성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한동안 눈치만 보던 간부들의 입이 열렸다.

이날 회의에선 부처간 협업을 논하기 전에 정부조직개편으로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로 나눠진 총리실 내부에서부터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로 논의됐다. 평소 보기 힘든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고, 총리가 나간 뒤 묵묵히 일어섰던 과거의 회의 종료 때와 달리 참석자들 모두가 박수를 치며 웃음으로 회의를 마감했다고 한다.

정 총리는 회의에서 “머리 위 정수리가 아니라 눈을 좀 보고 회의합시다”라거나 “받아쓰기 좀 그만들 하고 의견을 나눕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맨이 아닌, 격의 없는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정 총리는 회의 말미에 “주재하는 대부분의 회의에서 자유토론방식을 도입할 것”이라며 간부들에게도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권위를 내세우지 말고, 모두가 꺼리는 회의가 아닌, 하고 싶은 회의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