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당신의 손 안에 방방곡곡을 담아드립니다
입력 2013-05-28 17:07
‘3D 대동여지도’ 만드는 다음 로드뷰 촬영현장
대전에 살고 있는 대학생 나연희(가명·22)씨는 주말 오후, 모처럼 서울로 유학 간 단짝친구와 이화여대 앞에서 만나 파마도 하고 옷도 사고 소문난 이태리 레스토랑에 가기로 약속을 했다.
나씨는 태어나 한 번도 이대 인근을 가본 경험이 없고 더구나 길치이지만 전혀 걱정이 없다.
이미 포털 사이트의 ‘3D 거리 실사사진 서비스’를 통해 버스정류장, 지하철 내부, 거리풍경, 헤어숍의 실내는 물론, 심지어 하늘에서 내려다 신촌 지역 전체 풍경까지 머릿속에 모두 입력해 놓았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이 3500만 대를 넘어서고 인터넷 망도 더욱 촘촘하고 빨라지면서 포털사이트의 지도프로그램 서비스 역시 친절하고 섬세해졌다.
인터넷 상의 국내 지도 서비스는 다음이 먼저 시작했고 뒤를 이어 네이버, 거리지도의 원조 격인 구글이 있으나 상세한 서비스는 다음과 네이버에는 조금 못 미치는 실정이다.
카메라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더욱 선명해진 ‘입체 실사지도’를 검색하는 네티즌의 숫자 역시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도프로그램 외에 실생활에 밀접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포털사이트 간의 경쟁 역시 치열하다.
2009년 1월부터 거리사진을 제공하기 시작한 다음은 ‘로드뷰’ 외에 지하철역 내부, 4대궁 등의 문화유산, 맛집·병원·펜션·상점 등의 실내를 보여주는 맞춤형 파노라마 위치기반콘텐츠인 ‘스토어뷰’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과거사진 보기’ 서비스를 통해서 전국의 거리 변천사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지형을 고해상도로 항공 촬영해 15만장의 사진으로 연결한 ‘스카이뷰’ 서비스 역시 하늘에서 내려다본 우리 동네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클릭해 볼 만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서준호 로컬본부장은 “다음지도는 지리적 공간을 축소 표현한 지도(地圖)를 정보 유통 플랫폼인 지도(知圖)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대한민국을 속속들이 스캔해 정확한 위치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개인화된 지도(智圖)를 만들기 위해 힘쓰는 중”이라고 말한다.
국민일보는 지난 23∼24일, 현대판 ‘古山子’ 김정호를 꿈꾸는 다음의 로드뷰 촬영 팀의 촬영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다음의 입체지도제작 자회사인 ‘픽스뷰’는 로드뷰 서비스를 위한 하드웨어 및 프로그램을 모두 자체 개발해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파노라마 위치기반콘텐츠를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다.
픽스뷰 측은 촬영팀의 규모와 주요장비는 보안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촬영팀은 대부분 매월 한 지역을 정해 집중적으로 촬영하는데 5월엔 경기도 용인과 수원, 화성지역을 촬영 중이란다.
촬영은 맑은 날, 오전부터 해지기 전까지 대부분 차량을 이용해 10m 간격으로 기록해 나가는데 차량 상부에 부착한 4대의 카메라가 전후좌우 촬영을 이어간다. 차량 속도와는 상관없지만 대부분 60km 이하로 정속 주행하고 넓은 장면을 촬영키 위해 어안렌즈를 사용한다.
하루 평균 400∼500km를 주행하고 3000∼6000 컷을 촬영한 후 4컷의 사진을 한 장으로 이어 붙여 360도 파노라마 입체지도사진을 만든다.
무거운 장비를 차량이나 머리 위에 부착하고 방방곡곡 누비다 보니 고충과 에피소드도 많다.
촬영 중에는 도로에서 벗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생리문제나 식사도 간단히 차안에서 해결해야 할 경우도 많다.
픽스뷰의 송준석(32) 주임은 “촬영 팀을 알아보고 새로 만두집을 열었는데 간판이 잘 나오게 촬영해 달라며 따뜻한 만두를 건네준 사장님도 계셨지만, 대부분 차량에 부착한 카메라를 보고 불법 주정차나 노점상 단속을 나온 것으로 오인해 황급히 피하거나 잘 봐 달라는 분도 계셔 미안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낮게 늘어진 전봇줄에 걸려 고가의 장비가 파손된 경우도 있었고 한라산 촬영 시 20kg이 넘는 무거운 장비를 머리 위에 부착하고 험한 산길을 오르다 몸의 중심을 잃고 위급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한민국 전역을 새롭게 기록한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때 이른 더위에 굵은 땀방울을 훔쳐가며 전국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사진·글=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