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홍명보 역할 하겠다” 김남일 월드컵팀 소집 일성
입력 2013-05-27 22:40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7일 낮 12시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다. 최 감독의 호출을 받은 ‘태극전사’들은 비를 맞으며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짐을 풀었다.
월드컵 대표팀은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을 앞두고 일주일 남짓 훈련에 돌입한다. 대표팀은 28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3일간 전지훈련을 치르고 6월1일에 결전지인 레바논 베이루트에 들어간다. 레바논과의 결전은 5일 새벽 2시30분(한국시간) 베이루트 시내의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날 NFC에 호출된 20명의 목표는 하나였다. 특히 2011년 11월 레바논의 3차전 원정경기에서 당한 패배(1대 2)를 설욕하는 것이다. ‘중동 킬러’ 이근호는 “지난 3월 카타르와의 5차전에서는 90분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며 “지금은 풀타임을 뛰고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인천 유나이티드)이 3년 만에 대표팀에 다시 합류하자 훈련장이 술렁거렸다. “아저씨, 그냥 하던 대로 편하게 하세요.” 최강희 감독이 이날 김남일을 만나자 바로 건넨 말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표팀 최고참의 역할과 관련해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의 최고참 홍명보를 떠올렸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단의 지향점을 분명히 설정하고 일사불란하게 성과를 달성하도록 한 데는 홍명보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었다. 김남일은 “당시 홍명보 선배가 대표팀에 들어온 뒤에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엄해졌다”며 “어린 나에게 몇 마디씩 나무라는 말이 아직도 가슴에 인상적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기법을 활용해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명주(포항)는 “김남일 선배는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며 “선배의 활약상을 보면서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 훈련이 시작되자 보슬비는 소낙비로 더욱 거세졌다. 1시간 정도의 훈련으로 최 감독과 선수들은 빗물로 땀방울을 씻었다. 최 감독은 “우리가 컨디션만 정상적으로 끌어올리면 레바논은 무조건 이긴다”고 자신했다.
파주=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