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망언 계속하면 고위급 교류 어렵다”
입력 2013-05-27 22:41
전범국가 굴레 벗기 위해선 진정한 반성의 자세 가져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어제 일본 정관계의 잇따르는 극우 발언과 행태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외교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첫 내외신 브리핑에서다.
윤 장관은 “최근 연이어 나타나는 역사 퇴행적인 언동들은 한·일 우호관계를 강화시키려고 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일본 내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정상급은 물론이거니와 여타 분야 고위급 교류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과거사를 부인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에 대해 “그분이 하는 여러 말은 국제사회 상식에 어긋나는 민망하고 창피스러운 언급이라고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접화법을 동원했지만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 셈이다.
윤 장관의 언급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보도·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역사 인식이 바르게 가는 것이 전제되지 않고 과거 상처가 덧나게 되면 미래지향적으로 가기 어려우니 지혜롭고 신중하게 해나가기 바란다”고 밝힌 연장선상에 있다. 일본 정부나 정치인들은 이런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일본 총리를 비롯한 지도자급 인사들이 앞장서서 과거 역사를 부인한다면 정부 차원의 교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판이한데 더불어 같은 미래를 바라보고 나아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우리 정부는 문제를 풀어가려고 해도 국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극우 행태가 계속된다면 지난달 26일 예정됐다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으로 취소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의 재추진은 물론 한·일 정상의 첫 대좌도 성사되기 어렵다.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의 환영받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침략과 수탈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필수조건이다. 경제력과 국력을 앞세워 과거를 지워버리려는 기도는 과거 군국주의 일본의 행태를 상기시켜 일본을 위협 요소로 인식하게 만들 뿐이다.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고 침략 사실을 부정하며,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주변국과 곳곳에서 영유권 갈등을 일으키는 제국주의적 망동을 즉각 중단하는 일은 국제사회의 도덕성 있는 일원이 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정치적 목적이나 국제사회의 상식에서 벗어난 역사인식으로 문제 발언과 망동을 자행해 놓고는 뒤에서 슬쩍 말꼬리를 돌리는 식의 행태를 반복하면 국가간이나 국민들간에 진정한 신뢰가 형성될 수 없다. 일본이 전범 국가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정상 국가로 복귀하려면 과거사를 부인할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주변국과 인류에 진정으로 죄의식을 가질 때에야 전범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가까워지도록 과거가 정리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일부러 잊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 상처를 계속 덧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