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일파만파 물벼락… 방송사-선수 서로 견제구 “성숙한 야구문화 절실”

입력 2013-05-27 19:16 수정 2013-05-27 22:39


짜릿한 끝내기 승리의 물벼락 뒤풀이가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켰다.

프로야구 LG와 SK의 경기가 열린 26일 잠실구장. 0-0으로 팽팽하던 9회말 터진 정의윤의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LG가 1대 0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수훈선수 정의윤과 KBS N 스포츠 정인영 아나운서의 인터뷰 도중 임찬규가 양동이로 물을 끼얹었다. 그런데, 물세례의 주인공이어야 할 정의윤보다 정 아나운서가 훨씬 많은 물을 뒤집어썼다. 다행히 정 아나운서는 프로답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생방송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장면을 지켜본 야구팬들은 임찬규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임찬규가 지난해 5월에도 이진영과 인터뷰하던 정 아나운서에게 물을 끼얹은 것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임찬규에게 징계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KBS N 스포츠 PD가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야구선수들 인성교육이 진짜 필요하다. 축하는 당신들끼리 하든지. 너네 야구 하는데 누가 방해하면 기분 좋으냐”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방송국 관계자는 SNS를 통해 “LG팬들껜 죄송하지만 KBS N에서는 더 이상 경기 후 LG선수 인터뷰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구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늘 있는 일이지만 방송을 진행하는 중계진에게까지 물을 뿌리는 것은 자칫 감전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정 아나운서 외에 몇몇 아나운서들이 이미 비슷한 봉변을 당한 바 있다.

그러자 이번엔 김정준 SBS ESPN 해설위원이 ‘인성교육’ 발언에 대해 “야구계 전체를 도매급으로 싸잡아서 비난하지 말라”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이날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선수협회는 앞으로 팬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행위들을 자제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야구인을 향해 이어지는 인신공격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겨우 21살인 임찬규는 자신의 행동이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