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젠성 문련 주석 난판 “中 문단,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작품 만드는데 혈안”

입력 2013-05-27 19:07


중국 푸젠성(福健省) 샤먼(厦門)시에서 26일 열린 제7차 한중작가회의의 중국 측 대표 격인 푸젠성 사회과학원장 겸 문련(文聯) 주석 난판(南帆·57·사진)의 본명은 장판(張帆)이다. 돛단배를 연상시키는 ‘범(帆)’이라는 이름에서 중국 남해안에 위치한 샤먼시의 해양적 기질이 물씬 풍긴다.

27일 폐막을 앞두고 샤먼시 샤먼호텔에서 만난 그는 두 차례에 걸쳐 루쉰문학상을 수상한 무게 있는 평론가다.

그는 문학 속에 침투한 상업주의와 금전만능주의로 문학 본연의 역할이 훼손당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지금 중국 문단에서 일어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작가들이 베스트셀러 순위 안에 들기 위해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작품을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핫이슈를 만들어내는가에만 급급하지요. 심하게 과장된 번안 작업을 하거나 역사 문헌 속의 선정적 장면을 끌어내 확대 포장하는 일이 그것이지요.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한 당대문학은 사라지고 말 겁니다.”

문학 가운데 비문학적 요소를 키워서 독자들을 눈속임하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그는 서구 문화의 잘못된 부분을 복제한 탓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서구 복제의 긍정적인 면을 아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사실 고대에서부터 청 말까지를 고대 문학으로 봅니다. 그건 5000년 역사를 가진 중국 문학의 유산이지요. 1919년 5·4운동 이후 서양 영향을 받은 건 사실입니다. 1980년대 이후 서양 문학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지요. 이것은 지금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선택의 다양화라고 할까요. 쉽게 말해서 중국 문단엔 전통파, 중간파, 서양파가 있는데, 요즘 들어 전통파들이 서서히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서양의 복제에 이골이 난 탓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 문학의 한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그는 지난해 모옌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중국 문학에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노벨상 수상은 서양문화권에서 모옌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 중국 내에서 그의 영향력이 특별히 커졌다는 징조는 없다”며 “노벨상은 다른 작가에 대한 비교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서양 주도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경천동지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모옌의 ‘홍까오량 가족’ 등 초기 작품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샤먼(중국 푸젠성)=글·사진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