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급발진 브레이크 배력장치 탓”
입력 2013-05-27 18:58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브레이크에 장착된 ‘진공배력장치’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직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연구 결과이긴 하나 정부의 급발진 사고 조사를 비롯해 어떤 조사에서도 차량 결함과 관련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여서 이 같은 주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필수(대림대 교수)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은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년간 국내 급발진 의심사고 사례 122건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은 브레이크의 배력장치 때문인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진공배력장치는 일반적인 유압식 브레이크에서 적은 힘으로 제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다. 진공 펌프를 이용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힘을 4∼5배로 키워 차의 제동력을 높이는 장치인데 이것이 급발진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페달 밟는 힘을 높이는 역할만 해야 할 이 장치가 급발진을 일으키는 환경으로 ‘압력 서지(Pressure Surge)’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들었다.
압력 서지 현상은 오일 파이프라인을 갑자기 폐쇄할 경우 파이프라인 속을 이동하던 유체가 갑자기 멈추면서 순간적으로 압력이 진공 상태로 낮아졌다가 이내 급격하게 치솟는 일을 뜻한다.
압력 서지 현상이 발생하면 급격히 진공 상태가 되면서 자동차 실린더로 들어가는 공기량을 조절하는 스로틀밸브가 완전히 열리게 되고, 이 때문에 연료가 급격히 분사되면서 차가 급발진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급발진이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에서 발생하는 만큼 브레이크를 자주 밟았다 떼는 운전 습관도 급발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현 단계에서 이 이론은 하나의 가설”이라며 “정부(국토교통부)나 자동차 제조사 등과 함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를 검증하면 수개월 안에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