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 아닙니다… 이젠 사진모델입니다”

입력 2013-05-27 18:55 수정 2013-05-27 22:32


내전 종식 후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전통 어업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어부들이 고기잡이 대신 관광객을 상대로 한 모델 활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스리랑카 남부 갈레에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 장대낚시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부가 있다. 우나와투나 해변이나 카탈루와, 아한가마 지역에서 볼 수 있는데 500가구 정도만이 전통 어업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거친 인도양 파도를 헤치고 산호초 주변 해변에 ‘페타’라 불리는 3∼4m 길이의 장대를 바닷속에 박고 그 위에서 낚시로 고기를 잡는다. 이들이 유명해진 것은 2009년 세계적인 여행가이드북에 장대낚시를 하는 모습이 표지사진으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들은 새벽 5시30분 일출을 앞두고 출어하는 등 하루 두 번 낚시를 한다. 밀물과 썰물로 고기가 산호초 주변에 모이는 시기를 노린 것이다. 주로 청어나 고등어를 잡아 시장에 판다. 그래서 버는 돈은 ㎏당 100루피(900원)도 안 된다.

하지만 길어야 1시간가량밖에 장대에 앉을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데다 낚시로 잡을 수 있는 고기의 양도 제한적이어서 더 이상 열심히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선택한 것은 관광객이다. 관광객을 상대로 사진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돈을 받는 것. 실제로 지난 11일 만난 어부는 5명이 한 개조로 사진을 찍는데 2000루피(약 1만8000원)를 요구했다. 비싸다고 돌아서자 4명에 500루피(4500원)로 가격이 떨어졌다. 10여분간 포즈를 취한 뒤 손쉽게 500루피를 벌어들인 것.

스리랑카는 2009년 5월 타밀반군(LTTE)과 26년에 걸친 내전을 마무리한 뒤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스리랑카를 찾아 전년 대비 17.5%나 증가했다. 관광수입도 1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까지 2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관광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지난 3월에는 갈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중국의 지원을 받아 국제공항을 개장했다.

현지까지 데려다준 삼륜차 기사는 전통낚시꾼이 사진모델로 변하는 모습에 대해 “이건 어업이 아니라 또 다른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갈레(스리랑카)=글·사진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