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권력 세습… 중국도 계층이동 어려워졌다
입력 2013-05-27 18:55
중국에서도 어느덧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세대가 가난하면 다음 세대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사회 계층 간 고착화가 시간이 흐를수록 뚜렷해지면서 사회적인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푸얼다이(富二代·부유층 2세)와 관얼다이(官二代·고위직 2세)의 출현은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농촌에서는 대입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가오카오(高考)’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26일 이에 대해 “청소년들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때 도시와 농촌 간 격차도 줄어들고 공평한 사회도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중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대학교육 기회는 꾸준히 확대됐지만 농촌 학생들이 우수한 대학에 진학할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베이징대에서는 농촌 출신 학생 비율이 30%에서 10%로 감소했다.
칭화(淸華)대 경우도 2010년 농촌 학생이 17%에 불과했다.
이뿐 아니라 농촌 학생들은 출발선에서부터 지고 들어가야 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이는 도시와 농촌 간 교육 환경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도시나 명문학교에 대해서는 여전히 교육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명문 중고교에 수억 위안씩 투자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교육 환경이 좋은 학교에는 우수 학생이 몰려들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촌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교에 이르기까지 ‘마이너 리그’에 속할 수밖에 없다.
인민일보가 전한 대학 진학을 포기한 한 농촌 여학생의 사례는 중국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여학생은 “대학 4년을 마치려면 1년에 2만 위안 이상씩 모두 8만 위안(약 1500만원)이 들어가지만 농촌에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졸업 뒤 취직도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졸 초임이 3000∼4000위안(약 72만원)가량인 데 비춰보면 8만 위안은 상당한 거액이다. 이 여학생은 “이런 상황이니 지금부터 도시로 나가 돈을 버는 게 낫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장쑤성 쉬저우(徐州)의 한 농촌 20대 여성이 1억2000만 위안(약 216억원)어치의 주식을 한꺼번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처음에는 당사자인 안구이린(安桂林)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마침내 전동차,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화이하이(淮海)그룹(총자산 30억 위안, 종업원 6000여명) 총수의 딸로 드러났다.
네티즌들은 최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아들 후하이펑(胡海峰·42) 등 관얼다이들이 연이어 관직에 진출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