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약 필요재원 80조”… 정부가계부엔 60조 빠져
입력 2013-05-27 18:54 수정 2013-05-28 00:20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105개 지방공약을 이행하려면 80조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방공약 소요 재원이 구체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대선공약 이행을 위한 공약가계부(총 규모 135조1000억원)에서 지방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은 20조원 이하로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현 부총리 질타=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지방공약 이행 계획을 밝혔다. 현 부총리는 “지방공약 재원 규모를 추산한 결과 80조원이 필요하며 지방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공약가계부에 20조원이 채 안되는 재원을 지방공약 몫으로 배정했다. 그나마 신규사업은 1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지방공약 이행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데 공약가계부 반영이 미미하다”며 현 부총리를 질타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인다는 정부의 원칙과 SOC사업이 대부분인 지방공약을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현 부총리는 “지방공약 실천은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부터 소요예산 계획과 집행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방공약은 1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 동남권신공항 건설, 13조원 규모의 수도권광역철도(GTX) 등 SOC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치권에서는 지방공약 이행을 위해 최소 3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까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105개 사업의 소요재원 산정작업을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공약가계부 중 보금자리주택을 분양형에서 임대형으로 전환하면서 생기는 12조원의 추가 재원을 복지예산에 배정하기로 했다.
◇나머지 60조원 어떻게 마련하나=지방공약 이행에 필요한 80조원 중 60조원 이상은 공약가계부에서 빠졌다. 공약 이행 차원에서 105개 사업을 모두 추진할 경우 전체 재원 가운데 4분의 3 이상은 추가로 조달 방법을 강구해야 된다는 결론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공약 가지치기’에 들어갈 뜻을 내비쳤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부터 시행 중인 사업과 중간구간이 잘려서 전체적으로 연결이 안 된 철도·도로 사업은 추진하겠지만 새로운 사업은 조급하게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권신공항 건설 등 신규 사업은 수요조사와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지방공약의 본격적인 이행 시기를 2014년 이후로 잡고 있다.
반면 지자체들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지방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가 지방공약을 ‘없던 약속’으로 하려는 데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공약이 앞으로 정부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유동근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