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상이 60% ‘독식’… 고질적 구조 손보기 성공할까
입력 2013-05-27 18:37
정부가 수십년간 실패를 거듭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국가적 숙원사업이다. 소비자가 지불한 돈 가운데 40% 정도만 생산자(농가)에게 돌아가고, 중간상인이 대부분의 이윤을 챙기는 후진적 유통구조를 유지해 왔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매시장 개혁, 생산자 단체의 역할 강화, 계약재배 활성화가 난제를 풀 ‘열쇠’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성공하면 유통비용이 낮아져 소비자 가격인하 및 생산자 수취가 인상 효과가 최대 15%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비효율적인 유통구조와 가격의 불안정성, 비대칭성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의 40∼45%만 농가에 돌아갈 정도로 우리 농축산물 유통구조는 매우 후진적이다. 무·배추는 소비자 가격의 70%, 과일류는 50% 정도가 유통비용일 정도다. 가격 폭락과 폭등이 거듭되는 동안 중간상인만 이윤을 챙기는 병폐도 뿌리를 뽑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전체 농산물 유통량의 53%를 차지하는 도매시장부터 손볼 계획이다. 기존 경매 중심의 유통구조가 가격 폭등·폭락 현상을 부채질한다는 진단에서다. 일본은 경매 대신 정가매매를 거래 원칙으로 정한 1999년 이후 신선채소의 가격 등락폭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가·수의 매매를 전제로 도매시장법인이 생산자로부터 직접 농산물을 구매·판매하는 매수집하를 허용키로 했다.
유통단계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한다. 꾸러미, 직매장 등 대안 유통경로로 떠오르는 직거래를 확산시켜 지난해 전체 농산물 유통량의 4%였던 비중을 2016년까지 10%로 늘릴 방침이다.
또 가격이 오르면 수입 농산물을 대량 방출해 가격을 낮추던 기존의 물가 대응방식이 바뀔 전망이다. 수급불안이 빈번한 배추·무 주산지에 대규모 출하조절시설을 만들어 수급 상황에 따라 출하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계약재배 물량을 확대하고, 가격 폭락 시 계약재배 농가에 한해 최저가격을 보장해줄 계획이다.
농산물 가격 등락 수준에 따라 ‘안정-주의-경계-심각’으로 위기단계별 대응 매뉴얼도 운영된다. 매년 11월을 기준으로 포기당 배추가격이 900∼1600원(안정)이면 시장 기능에 맡기고, 1600∼2000원(주의)이면 동향 점검과 수입가능성을 조사한다. 2000∼3000원(경계)이 되면 비축 물량과 계약재배 물량을 공급하고, 3000원 이상(심각) 단계에선 관세인하나 비축물량 할인판매 등 수급대책을 펴는 방식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