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적격대출 때문에 예대마진 더 힘들어졌다”

입력 2013-05-27 18:24 수정 2013-05-27 22:34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의 지적

서종대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은행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 관행을 꼬집었다. 은행들이 대출금 연체 등 부실 위험에 별 차이가 없는 고객 간에도 금리를 차별하고, 예금과 대출 간 금리 차이를 크게 벌리는 방식으로 쉽게 돈을 벌어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서 사장은 27일 국민일보와 만나 “시중은행이 그동안 고금리 대출과 큰 폭의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로 얻는 수익) 등으로 편하게 장사했다”며 “금리가 크게 떨어져 수익 기반이 얇아진 지금은 선진금융을 하지 말래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도가 웬만큼만 되면 고객 간 대출금리를 차별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10개 신용등급 중 신용도가 가장 높은 1등급부터 7등급까지는 대출금 미상환 등 부실 비율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서 사장은 “신용 7등급까지는 부실률이 비슷하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다 다르다”며 “사실 1∼7등급은 그렇게 크게 금리 차이를 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지난달 기준 은행권 일반신용대출의 경우 전북은행은 1∼10등급 간 금리 차이가 8.19% 포인트에 달했다. 해당 공시에서 1∼3등급과 7∼10등급의 금리가 각각 5.39%, 13.58%로 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3등급과 7등급은 4등급 차이인데도 금리가 2.5배나 차이가 난다.

외국계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각각 6.77% 포인트, 6.7% 포인트로 격차가 컸다. 대형 은행인 신한은행(4.64% 포인트) 우리은행(4.53% 포인트) 기업은행(4.45% 포인트) 등도 4%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1∼6등급 간 금리 차이도 은행별로 최대 4.64%에 달했다.

반면 주택금융공사는 신용등급 간에 차이를 두지 않고 모든 고객에게 같은 금리를 매긴다.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이 낮은 고객의 이자를 대신 내주는 식이다. 다만 장기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인 적격대출은 8등급까지, 또 하나의 장기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은 9등급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주택금융공사의 예대마진 관리 목표는 0% 포인트다. 대출금리를 최대한 낮춰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서 사장은 “지난해 저금리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금리가 낮은 적격대출이 은행권의 금리 인하 경쟁을 가속화시킨 측면이 있다”며 “서민으로서는 대출금리가 낮아졌으니 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금융권 전체가 리스크가 커졌다는 부담도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1년 1월 4.8%에서 지난해 1월 5.06%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적격대출이 출시된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미끄럼틀을 타듯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심지어 지난해 9월부터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적격대출 금리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적격대출이 한창 인기몰이를 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서 사장은 적격대출이 서민의 빚 부담을 줄이고 은행의 수익 기반을 선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는 “씨티은행 등 금리가 낮은 은행이 올해 적격대출 한도를 벌써 다 써버려서 은행권 적격대출 금리가 높아질 여지가 생겼다”며 “최근 시작한 적격대출 금리 비교 공시와 보금자리론 판매 등을 통해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