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역사 바로 알기’ 붐
입력 2013-05-27 18:12
중학생 김보미(15)양은 최근 스마트폰에 ‘타임라인-한국사’라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았다. 구석기시대부터 6·25전쟁까지 역사적 사건을 각각 20줄 안팎으로 정리한 이 앱에 매일 접속해 하루 한 항목씩 읽는다.
원래는 역사에 별 관심이 없었다. 김양이 돌변한 건 아이돌 가수의 트위터 한 줄 때문이다. 가수는 이 앱을 추천하며 “종종 보는데 유익해요. 다들 이용해보세요”라고 했다. 청소년 팬들이 너도나도 다운받아 27일 현재 다운로드 5만건을 돌파했다.
청소년들 사이에 갑작스레 ‘역사공부’ 바람이 일고 있다. 발단은 지난 14일 걸그룹 시크릿 멤버 전효성의 “민주화시키지 않아요” 발언이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화’를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다’란 왜곡된 뜻으로 사용해 거센 비난을 샀고, 이어 왜곡의 진원지인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5·18 민주화운동 폄훼 사태까지 불거졌다.
역사왜곡 논란이 가열되는 동안 마침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아이돌 스타들에게 국사를 강의하는 내용이 방송돼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자 인기 연예인들이 앞다퉈 ‘역사에 관심 있는 아이돌’임을 내세우기 시작했고 이런 분위기가 중·고생들에게 확산된 것이다.
김양이 매일 읽는 한국사 앱은 교육 부문 인기 앱에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도 역사 정보를 담은 앱 10여개가 평균 5000건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 중이다. 김양은 “좋아하는 스타가 원하는 일이고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실 분위기도 바뀌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역사수업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용산의 한 고교 역사교사 박모(29·여)씨는 “수업시간마다 자는 학생 깨우는 게 일이었는데 요즘은 ‘저도 이거 알아요’하는 반응을 보인다”며 “역사시간에 떠들면 안 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학생들끼리 ‘국사시간에 떠들면 매국노’란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서울 목동의 이모(29) 교사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방과후 수업’ 개설을 위해 사전 조사를 했더니 한국사 강좌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이런 ‘반짝’ 관심이 얼마나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수능시험에선 ‘국사를 선택하면 불리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고3 수험생 이모(18)양은 “서울대만 국사를 필수로 지정한 터라 국사 선택 학생은 고득점자인 경우가 많아 국사를 선택하면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그나마 근현대사는 안 가르치는 학교도 많다”고 했다. 인천의 역사교사 차모(38)씨는 “역사 과목이 사실상 수능과 무관해지면서 학생들은 역사를 책보다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접한다. 역사인식이 왜곡될 우려는 여전히 높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