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안철수, 사무실 책상에 쌓아논 100여권 책 뭘까

입력 2013-05-27 18:08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여의도 정치’에 입성한지 한 달밖에 안됐지만, 그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안 의원은 27일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검증받지 않은 ‘정치 초년생’이다. 정체성 또한 아직 애매모호한 상태다.

과연 안 의원은 어떤 정치를 펼치려고 여의도 정치에 뛰어든 것일까. 현재 그의 고민은 어느 지점에 있을까. 책을 많이 읽는다는 그가 최근 국회 의원회관 518호 자신의 책상 바로 옆에 갖다 놓은 100여권의 책에서 그 일단을 엿봤다. 대부분의 책은 안 의원이 직접 골랐다.

‘안철수 책’에는 정치와 관련된 영어 서적들이 많은 게 우선 특징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치를 원론부터 다시 접해보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의회 정치가 돌아가는 방식과 선거를 잘 치르는 요령이 담긴 ‘초보를 위한 정치학(Politics for dummies)’, 경제 및 정치 제도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좌우되는 내용의 ‘왜 국가는 망하는가(Why nations fail)’,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각국의 정치제도 형성 과정을 파헤친 ‘정치질서의 기원’ 등이 눈에 띤다. 번역서인 ‘정치의 재발견’이나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등도 비슷한 책들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활용서인 ‘플랫폼(Platform)’이나 반대 세력을 잘 설득해내는 요령을 담은 ‘논쟁해줘서 고마워(Thank for arguing)’도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국내외 지도자들을 다룬 책들도 적지 않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필집인 ‘여보 나 좀 도와줘’와 ‘백범일지’, ‘세종처럼’, ‘세종대왕 리더십’, ‘오바마 주식회사’, ‘김대중 전 대통령 연설집’ 등이 한곳에 모아져 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학습’ 차원인 듯 ‘5·18 그리고 역사’와 같은 현대사를 다룬 책이나 ‘우리 교육 100문 100답’과 같은 우리 사회 고질적인 문제를 거론한 책들도 다수 있다.

복지 관련은 20∼30권 정도에 달할 정도다. 의원실 관계자도 “안 의원이 요즘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복지국가 스웨덴’ ‘복지가 내게 좋은 19가지’ ‘왜 복지국가인가’ ‘우리는 중산층까지 복지 확대를 요구한다’ 등이 진열돼 있었다. 금융계의 부패 문제를 다룬 ‘더 빅 쇼트(The big short)’를 비롯한 경제 서적도 적지 않다.

남북관계와 통일 한반도를 다룬 책들도 풍부했다. ‘대북 포용정책의 진화를 위하여’, ‘북한을 사라’, 남북 상생 전략인 ‘플리바겐’ 등에 손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이 밖에 영문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20∼30회 분량을 쌓아놓았고 책장 한쪽에는 한때 경쟁자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쓴 ‘사람이 먼저다’도 꽂혀 있었다.

한편 안 의원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보건의료산업 노사전문가 공동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이 신당 창당설을 묻자 “여러 번 말씀 드렸듯 현재 창당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