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대통령 모욕하는 건 국민 모욕”… 김한길, 北에 충고 왜

입력 2013-05-27 18:09


“최근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적인 용어로 비난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모욕하면 우리 국민들이 모욕감을 느낀다는 걸 북한은 알아야 한다.”

마치 청와대 또는 새누리당의 발표문같이 들린다. 이 내용을 전해 듣고 새누리당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발언자가 다름 아닌 민주당 김한길 대표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7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하고 이렇게 북한을 비판했다. 특히 그의 발언은 1시간반 뒤 나온 통일부 대변인 브리핑보다도 수위가 더 높았다.

통일부는 “북이 우리 대통령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했는데,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선 언행을 자제하고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 정치권에서 제1야당의 대표는 ‘대통령의 저격수’ 역할을 해왔기에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상생정치’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반대만 하는 야당이 아니라 도울 게 있으면 적극 돕는 야당이 되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 발언에 맞장구라도 치듯, 전병헌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북한 당국, 정부, 협력업체 사이에 낀 ‘트리플 을(乙)’”이라며 북한을 ‘갑(甲)’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여당보다 북한에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또 다른 배경에는 그동안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치며 나름대로 남북 관계에 있어선 경험이 더 많고 ‘프로’라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김 대표 역시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문화부 장관 재직 때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남북 간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를 협의했다는 설이 돌았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김 대표는 취임 직후 남북관계 돌파구로 특사 역을 수용할 용의까지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남북 당국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측이 제의한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에 남측이 참여하도록 대통령이 결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불허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