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 79%”… SNS 이용 자살예보 한다
입력 2013-05-27 17:56
2015년 5월 어느 날, 정부는 전국에 자살주의보를 내렸다. 며칠간 유명 인사의 자살이 이어지며,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자살 등에 대한 언급이 평소보다 5배가량 급상승하자 이에 대한 주의 차원에서 발령한 것이다. 지난해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고 몇 년간 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김모(28)양의 부모는 최근 유명인들의 잇단 자살 소식에 딸이 더욱 우울해하는 것처럼 느껴 급히 병원을 찾았다. 김양은 진료와 심리 상담 결과, 실제로 또다시 자살을 시도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양은 급히 우울증 약 처방과 상담 치료를 받았고 가족들은 평소보다 더욱 주의를 기울여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일기예보처럼 자살 위험성이 높은 때를 미리 예측해 자살 위험을 알림으로써 자살고위기군의 극단적 선택을 미리 막는 가상의 시나리오다. 국내 연구진이 SNS를 활용한 이런 자살예보 시스템을 처음 개발해 향후 국내 자살률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이 시스템을 도입키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도관 교수팀은 다음소프트와 공동 연구로 국내 첫 자살예보시스템을 구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자살률과 연관 있다고 알려진 물가, 실업률, 주가지수, 기온, 유명인의 자살 등 사회·경제·기후 지표에 약 1억5000여만건의 SNS 기반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결합한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먼저 2008년 1월 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까지 국가 자살통계와 SNS상에서 자살이나 자살 관련 단어의 빈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두 자료 간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분석결과 국내에서 자살률이 높아질 때 SNS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용어는 ‘힘들다’와 ‘자살’ 등이었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이후에는 SNS에 자살이라는 단어 사용이 그 이전보다 8배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교수는 “이 시스템을 2010년 자살 통계에 적용한 결과 거의 일치하는 그래프를 얻었으며, 자살 예측 시스템의 정확성은 79%에 달했다”면서 “향후 빅데이터를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할 경우 예측 정확도를 9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살주의보나 경보처럼 국가 차원에서 자살예측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면 효과적인 자살 예방 사업을 펼칠 수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자살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