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의 기적] 우리가 조금만 관심 기울인다면… 이른둥이들 ‘은우’처럼 건강 찾을 수 있다

입력 2013-05-27 17:30


“이제 많이 컸죠? 잘 자라고 있어서 감사해요.”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만난 오선화(43)씨는 잠들어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태어난 지 6개월이 조금 안 된 은우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보였다. 입에는 우유를 먹이려고 붙여놓은 작은 호스가 매달려 있었다.

은우는 지난해 12월 건국대학교병원에서 태어났다. 오씨는 중국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로, 잠시 들른 한국 병원에서 임신성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태아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갑작스럽게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은우는 어머니 배 속에서 겨우 32주를 채우고 나왔다. 이처럼 재태(在胎)기간 37주 미만이거나 2.5㎏보다 작게 태어난 저체중 출생아를 ‘이른둥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 몸무게가 1.25㎏밖에 안됐어요. 임신성 고혈압이 있으면 태아에게 영양공급이 잘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이른둥이보다 더 작았죠.”

은우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중환자실(NICU)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았다. 왼쪽 입이 완성되지 않아 벌어져 있었고, 다운증후군 판명도 받았다. 이른둥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심장질환인 ‘심실중격결손증(좌심실과 우심실 사이 중간 벽에 구멍이 있는 질환)’과 ‘동맥관개존증(대동맥과 폐동맥을 연결 해 주는 동맥관이 닫히지 않는 질환)’ 진단도 받았다.

“동맥관은 출생 직후 닫혀야 하는데 (은우는) 그렇지 못했어요. 잘못하면 패혈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사망률이 80%나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문인지 한 달 만에 1㎏으로 줄었어요. 폐동맥을 묶어주는 수술을 받아야 했죠.”

은우는 다음달에는 심장 수술을, 7월에는 구순구개열 수술을 받게 된다.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 국가이지만 은우와 같은 이른둥이 출산율은 오히려 늘어 전체 출생아의 5.2%에 달한다. 한 해에 2만4000여명이다. 이 중에서 30%는 장애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1.5㎏ 미만은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퇴원한 뒤에도 폐렴, 백내장 등 질환 및 장애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매우 크다. 신생아중환자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1.5㎏ 미만일 경우 최대 1000만원, 1.5∼2㎏은 700만원, 2∼2.5㎏은 500만원을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장애가 있을 경우 퇴원 후에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만 하는데 이때부터는 지원이 없다. 은우는 8개 과목 외래진료를 받고 있다.

“심장, 심혈, 갑상선, 소아과, 안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를 다니고 있어요. 이른둥이 엄마들이 수술비보다 검사비가 무섭다고 해요. 며칠 전에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비급여 항목이라 12만원이 나오더라고요. 8곳을 다니고 나면 진료비만 엄청나요.”

다운증후군의 경우 안과와 이비인후과 질환이 합병증으로 따라오기 때문에 정기검진이 계속 필요하다. 재활치료도 만만치 않다. 근육발달과 인지능력 재활을 위해 받아야 하는 치료만 6가지나 된다. 한 달 치료비는 80여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오씨는 다행히 기아대책을 통해 후원을 받고 있어서 재정적 부담이 줄었지만, 다른 이른둥이 부모들은 모든 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한국에 들어왔을 때 임신성 고혈압을 알게 됐고, 건국대학교병원 이른둥이 첫 추천사례가 되어서 기아대책 후원도 받을 수 있었어요. 하나님의 은혜예요. 시기가 하나라도 맞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잘 자라지 못했을 거예요. 저만 이런 도움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오는 6월 앞두고 있는 심장수술비만 1500만원, 입원비까지 더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오씨는 KBS ‘사랑의 리퀘스트’, 포털사이트 다음 ‘희망해’ 등을 통해 지금까지 의료비 지원을 받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또 은우 가정 외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찬우 기아대책 생명지기 사무총장은 “늦은 결혼으로 인한 고령 산모, 시험관 아기, 맞벌이와 같은 사회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이른둥이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인데 아직 사회적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30개월 미만의 이른둥이는 치료를 잘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바람직한 삶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지원은 극히 미비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아대책은 이른둥이 가정을 돕기 위해서 ‘도담도담지원센터’를 만들었다. 국가 지원사업은 출산의료비 지원으로 국한되어 있어서 출산 후 지원을 중심으로 했다. 의료 서비스 및 재활서비스 지원과 육아관리 등이다. 특히 부모들을 위로하고 양육을 돕는 사회적인 안전망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후원자들의 도움이 없으면 당장 은우 가정도 살 길이 막막하다”며 “이른둥이 부모들이 좌절하지 않고 아이들을 잘 기를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을 기아대책 홍보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