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난청 & 보청기 사용 주의할 점은… 한쪽 귀만 문제 있어도 양쪽 모두 착용
입력 2013-05-27 17:17
자신의 귀 상태에 최적화된 보청기 선택
음량 임의로 조절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
1년에 한 번 청력 검사, 보청기 상태 조절
정년퇴직 후 과거 업무 관련 업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공무원 출신 박모(68)씨는 언젠가부터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발표자의 말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지 않았다. 주일날 교회에 가도 목사님의 설교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면 재차 되물어보는 횟수도 늘어났다.
그래서 서울 시내 한 보청기 판매점을 방문, 보청기 한 개를 구입해 오른쪽 귀에 착용했다. 하지만 박씨는 몇 달도 안 돼 보청기를 빼버릴 수밖에 없었다. 수차례에 걸쳐 음량을 조절했음에도 호텔 로비나 결혼식장처럼 주변에 소음이 있고 공간이 넒은 곳에서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기가 힘들었고, 목사님의 설교도 여전히 알아듣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귀가 잘 안 들려 새로 산 보청기가 되레 불편해서 책상 서랍 속에 넣어버리고 방치하는 난청인들이 많다. 보청기가 난청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소음만 더 키워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개인맞춤 보청기처방 전문 청각클리닉을 운영하는 김성근이비인후과의원을 찾은 박씨도 바로 그런 경우였다. 이 병원 김성근 원장은 27일 “국내 보청기 이용자의 60∼85%가 박씨처럼 구매 후 석 달도 채 못 넘기고 사용을 포기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며 “보청기 착용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보청기와 노인성 난청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애써 마련한 보청기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사실 올바른 보청기 사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박씨의 경우 양쪽 귀에 모두 착용해야 할 보청기를 한 쪽 귀에만 착용해 문제가 커졌다. 우선 한쪽만 착용해 보고 천천히 적응해 나가자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김 원장은 “안경도 렌즈의 굴절 각도를 환자 자신의 각막 상태에 맞게 조절해야 효과를 볼 수 있듯이 보청기는 귀 밖의 소리를 받아 기계적으로 전달하고 재해석해 일상의 음성언어로 받아들이는 조절 과정과 재활훈련을 거쳐야 말 그대로 ‘보청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씨처럼 노인성 난청으로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경우 노화에 의한 퇴행성 변화로 양쪽 귀 모두 난청이 진행 중인 상태이기 쉬워 한쪽에만 보청기를 착용해선 효과를 보기가 더욱 힘들다. 말하자면 보청기 역시 두 귀로 들어야 결혼식장이나 음식점같이 소음이 많아 주위가 시끄러운 곳에서도 원하는 소리만 골라 듣는 ‘양이(兩耳)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신의 귀 상태에 최적화된 보청기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원장은 “사람마다 편한 음량과 음역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 개인에 맞는 음역과 음량을 찾아 기계적으로 세팅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단, 보청기의 음량을 임의로 키우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보청기를 전문 지식이 없는 사용자가 함부로 만지면 남아있는 청력과 음역에 딱 맞게 조절해 놓은 기계장치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소리를 너무 키운 관계로 두통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보청기를 착용했는데도 소리가 잘 안 들릴 때는 함부로 조작하지 말고 난청치료 전문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청기 착용자는 또한 1년에 한 번씩 이비인후과를 방문, 청력검사를 받고 보청기 상태도 조절하는 것이 좋다.
김 원장은 “정기검진을 소홀히 하면 중이염이나 돌발성 난청까지 합병, 청력에 복합적으로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가 아프면서 수시로 귀가 윙윙 울리는 것을 모르고 보청기 탓만 하다가 청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