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까지 좀먹는 담배 ‘4D’로 끊어라

입력 2013-05-27 17:10


흡연자의 몸 구석구석을 해치는 담배는 흔히 입 냄새로 인해 대화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고, 각종 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담배의 폐해는 이뿐이 아니다. 담배는 특히 여성의 뼈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여성은 폐경 후 호르몬 변화로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져 뼈가 약해지는데, 흡연은 골밀도 감소를 부채질한다.

그런데도 여성의 흡연율은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할 조짐마저 보이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담뱃값 인상 적극 검토, 경고문구 및 이미지 부착 등 금연정책의 강화와 함께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점차 낮아지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오는 31일은 제26회 세계 금연의 날이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최현림 교수와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의 도움말로 흡연이 여성의 뼈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금연실천에 도움이 되는 4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니코틴, 폐경 후 여성 골다공증 촉진=담배는 남녀 모두에게 해롭지만, 특히 여성의 뼈 건강에 좋지 않다. 여성은 폐경 후 체내 에스트로겐 감소로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져 골다공증의 위험에 노출된다. 일반적으로 골밀도는 30대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점차 감소하다가 폐경 뒤부터 급감하게 된다.

고도일 병원장은 “흡연은 이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는 가속위험인자 역할을 한다”며 “폐경 후 흡연을 하는 여성의 소변을 검사한 결과, 코티닌(니코틴 대사 물질)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들보다 훨씬 더 많았고 골밀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담배 속 니코틴은 뼈의 미네랄 성분을 감소시켜 골밀도를 떨어뜨리고 약해지게 만들어 골다공증을 촉진시킨다. 지금 당장 담배를 끊는 것만으로도 부분적으로 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뼈 건강에 안 좋기는 흡연자 본인뿐만 아니라 남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마시는 간접흡연도 마찬가지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팀은 2008∼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사람 중 흡연경험이 없고 골다공증 약을 한 번도 복용하지 않은 55세 이상 여성 925명을 흡연자 가족이 있는 그룹(143명)과 없는 그룹(782명)으로 나눠 골밀도와 간접흡연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흡연자 가족의 고관절 골다공증 비율이 3.7배나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 가족이 있는 여성은 골다공증에 의한 고관절 골절부상 위험이 4.4배, 척추 압박골절부상 위험이 5.4배나 높았다. 이는 폐경 뒤 여성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더라도 가족 중에 흡연자가 있으면 간접흡연에 의해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몸속 니코틴 요구도를 줄이는 것이 관건=문제는 이렇듯 담배가 뼈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일단 담배 맛을 알게 된 여성들은 니코틴에 이미 중독 되어 있는 상태여서 여간해선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경우 성공 확률은 3∼5%에 불과하다. 금연 상담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면 15.1%, 금연클리닉을 통한 약물치료를 병행해도 성공률이 32%에 그칠 정도다.

담배 끊기를 바라는 흡연자 10명 중 적어도 7명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금연 시도 후 모두 실패해 담배를 계속 피우게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금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최현림 교수는 흡연자들이 금연 도전에 실패하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꼽았다. 첫째, 가장 큰 이유는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금연 시도자의 약 30%가 니코틴 중독으로 금연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는 금연 시도자 혼자의 의지만으로 몸속에서 채워주기를 바라는 니코틴 요구량을 담배가 아닌, 피부에 붙이는 금연보조제 니코틴 패치나 먹는 약으로 3개월 정도 보충케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둘째,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재흡연도 적지 않다. 좋아하는 운동과 신체활동 등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셋째, 담배를 끊고자 할 때는 그동안 습관적으로 흡연을 하던 환경이나 상황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흡연을 하던 상황 또는 환경에 처하면 흡연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닝커피를 마실 때, 회식을 할 때, 담배 피는 사람을 만났을 때, 교통체증이 심할 때,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 등 과거 담배를 찾게 되던 환경과 맞닥뜨리게 되면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최 교수는 “금연에 도전할 경우 첫 3개월 정도는 최대한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금연 초기 금단증상이 나타나 괴로울 때는 일단 휴식을 취하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 평소 물을 많이 마시고 심호흡을 자주 하며, 잠들기 전 따뜻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는 것도 흡연충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도 흡연충동이 가시지 않으면 3분만 참아보자는 다짐과 함께 될 수 있는 한 1분이라도 주의를 다른 곳(것)으로 돌려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

최 교수는 “특히 금연 시도 초기엔 화가 난다든지, 일이 잘 안 풀린다든지, 조금 지나면 잊어버릴 수 있는 사소한(?) 이유로 다시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기 쉬우므로 흡연 유혹이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