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 경찰! 시민이 잡은 절도범을 검거 실적으로 둔갑

입력 2013-05-27 17:09

[쿠키 사회] 경찰이 시민이 붙잡은 절도범을 자신들이 검거한 것처럼 홍보해 비난을 사고 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27일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 속옷 등을 훔치고 성추행한 혐의(상습절도 등)로 조모(42)씨를 구속했다는 검거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경찰은 보고서에서 경찰관 2명이 20일 조씨를 절도미수죄로 체포했고, 후속 수사를 통해 여죄를 밝혀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조씨를 붙잡은 사람은 부산 대연동 D원룸에 사는 박모(29)씨로 드러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2∼3개월 전부터 D원룸에서 여성 속옷 절도가 잇따라 경찰에 수차례 신고했다. 박씨와 주민들은 최근 CCTV를 설치하고 스마트폰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별다른 성과가 없자 박씨 등은 반상회를 열어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모두 나와 범인을 붙잡자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 20일 오전 0시30분쯤 박씨 집 강아지가 수상한 발걸음 소리를 듣고 짖자 박씨가 원룸 주변을 살폈다. 그 사이 박씨 친구가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원룸 주변에서 자신을 보고 달아난 조씨를 붙잡아 출동한 경찰에 인계했다. 박씨는 이 과정에 바지가 찢어지고 무릎을 다치기도 했다.

이날 박씨의 항의를 받은 경찰은 뒤늦게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박씨에게 보냈다.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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