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골라 파괴하는 신기술 초기암 정복의 4세대 치료법”
입력 2013-05-27 17:00 수정 2013-05-27 19:10
폐암과 식도암의 광역학 치료 이끄는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교수
광역학 치료는 환자의 고통이 거의 없고 고주파치료와 냉동치료 등 다른 비침습적 국소치료와 다르게 암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특징이 있다.
암 환자들 중 기존 표준치료를 견디기 힘든 고위험군 환자와 조기 폐암의 1차 치료에 이상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폐암과 식도암 등 흉부외과 분야에서 광역학 치료를 임상에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사진)는 “광역학 치료는 4세대 암치료법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수술 등 기존의 표준치료와 함께 병행하는 보조 광역학 치료로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광역학 치료의 장점은 조기 병변의 경우 수술 이전의 1차 치료로 선택할 수 있고, 국소적인 종양의 경우 보조요법으로 수술 전 이 치료법을 통해 수술 범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수술 후 보조요법이나 재발암에 대한 치료로도 폭 넓게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치료와 달리 반본 시술에 제한이 없다. 반면 종양에 빛을 직접 전달해야 하고 레이저 광선의 투과 깊이에 한계가 있어 고형암의 경우 크기가 2cm 미만일 때 적용이 가능하다. 또 기관지내시경이나 소화기내시경 등 종양을 볼 수가 있고 광섬유가 접근 가능한 암이 1차적인 치료 대상이며,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
폐암 치료와 관련, 전 교수는 “폐암 치료의 가장 좋은 방법은 수술을 통한 외과적 절제이지만, 완전한 치료(근치)를 목적으로 하는 광역학 치료는 폐 기능이나 기타 신체조건이 수술을 받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폐암 초기인 1, 2기인 환자가 우선 치료 대상이며, 림프절 전이나 원격전이가 있는 경우 등은 치료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폐 기능이 나빠 수술에 의한 폐 절제를 견디지 못할 경우, 고령자나 심장병 등 중증의 동반질환으로 마취 수술의 위험이 높은 경우, 과거 폐암 수술을 받고 재발한 경우나 또 다른 원발암이 발생한 경우의 환자들에게 광역학 치료가 사용됐다.(사진 참조) 식도암의 적용도 폐암과 동일하다. 전 교수는 “초기 식도암 환자 중 수술하기 힘든 고위험군, 점막 하부까지 침범한 식도암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과거 식도암 등의 수술 후 식도 재건에 사용한 위장이나 대장에 생긴 조기암도 광역학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 교수는 식도암은 조기에 발견했거나 초기인 경우 1차 치료로 광역학 치료를 적극 적용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역학 치료는 시술 후 관리도 중요하다. 광역학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광감각제는 보통 48시간 이내에 배출되지만 남은 약제가 광민감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적절하게 빛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교수는 정해진 절대적인 원칙은 없지만, 시술 후 약 3주간 직사광선을 피하고 이 기간에는 실내에 머물며, 실내조명은 300와트(W) 이하가 권장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항암치료와 병행해 사용할 수 있고, 완치 목적을 갖는 새로운 항암치료법이라는 점에서 광역학 치료는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광감각제에 대한 개선, 광역학 치료에 대한 시술범위 확대와 보험급여 적용, 새로운 관련 기기 개발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많죠.”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광역학 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임상 의사로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전상훈 교수. 전 교수는 “광역학 치료는 이론적으로 정상조직 손상 없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가장 이상적인 치료방법이지만, 현재의 광감각제와 레이저 조사법은 제한점이 있다”며 “앞으로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빠른 약물을 개발하고 환자의 종양에 가장 정확하게 레이저 에너지가 전달되는 관련 기기와 방법들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근 다제내성 결핵치료에도 광역학을 활용해 뚜렷한 성과를 냈다.
전 교수는 광역학 치료가 갖는 항균 효과에 주목해 현재 국내 연구진들과 다제내성 결핵치료에 적용하는 광역학 치료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와 함께 전 교수는 항암약물과 광역학 치료에 사용되는 광감각제를 함께 담아 원하는 시간에 특정 종양 부위에 약물이 효과적으로 작용될 수 있도록 설계한 ‘나노캡슐’도 개발 중이다. 전상훈 교수는 “나노캡슐은 다양한 학문이 접목된 기술로, 광역학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이는 데 이용될 수 있다”면서 “광역학 치료는 화학과 약학, 생물학, 물리학, 공학 등 자연과학 전 분야가 의학에 접목된 융합기술로 향후 광선의학(Photomedicine) 발전은 미래 암 진단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 songbk@kukimedia.co.kr